기억과 욕망의 트라우마…'거미 여인'이 건넨 두 초대장
'미술계 대모' 루이스 부르주아 호암·국제展 비교
호암미술관 '덧없고 영원한'展
초기 회화부터 대형설치작품까지
깊고 내밀한 '작품 여정' 담았지만
106개 달하는 작품 맥락없이 전시
평생 분노에 갇혀 산 인물로 비쳐
국제갤러리 '무한히 흔드는'展
후기 20년간 작품들만 '엄선'
무한 순환 그린 숫자 8·시계부터
최초 공개 커피 필터 드로잉까지
부르주아 상처 회복과정 보여줘
호암미술관 '덧없고 영원한'展
초기 회화부터 대형설치작품까지
깊고 내밀한 '작품 여정' 담았지만
106개 달하는 작품 맥락없이 전시
평생 분노에 갇혀 산 인물로 비쳐
국제갤러리 '무한히 흔드는'展
후기 20년간 작품들만 '엄선'
무한 순환 그린 숫자 8·시계부터
최초 공개 커피 필터 드로잉까지
부르주아 상처 회복과정 보여줘
교차 구성의 함정…트라우마만 남았나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인 ‘루이스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전 생애에 걸친 작품 106점을 망라한다. 작품 수에서 압도적이다. 하지만 한 작가의 세계를 어떻게 펼쳐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는 전적으로 기획자의 역할. 공간과 접근법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게 전시 감상의 묘미다. 그런 점에서 모처럼 날카롭게 비교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교차 구성, 호암미술관 전시장 규모에 비해 작품 수가 과도하게 많은 점은 못내 아쉽다. 1940년대 검은 회화(‘집-여자’)와 2006년 작품 ‘밀실(검은 날들)’이 한 공간에 놓인 것이 단적인 예다.
부르주아는 33년간 정신분석을 받으며 오직 자신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대했다. ‘모성’과 ‘아버지 파괴’라는 큰 테마는 이어졌지만, 시기별로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프랑스 파리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시기, 출산과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울증, 회복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말년 등이 그렇다. 다소 뻔하게 느껴질지언정 부르주아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또는 특정 시기에 집중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전시는 부르주아의 아시아 순회 전시 일환으로 뉴욕 이스턴재단과 협력해 기획됐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낮이 밤을 침략했나, 밤이 낮을 침략했나’로, 일본 도쿄에선 ‘난 지옥에 여러 번 다녀왔다, 말하자면 그것은 정말 멋졌다’로 전시 제목과 구성이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해 도쿄 모리미술관 전시가 호평받은 것은 기나긴 지옥을 통과한 작가의 삶을 관람객이 함께 반추하고, 예술로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호암 전시에선 다른 오브제들과 맥락 없이 놓여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대형 거미 조각 등도 제대로 감상하기에 공간이 비좁다. 106점의 작품을 욱여넣은 탓에 부르주아가 마치 분노와 혼돈에 휩싸여 어두컴컴한 세상 속에 살았던 인물이라는 잔상만 남는다. 전시는 2026년 1월 4일까지.
70대 넘어 회복과 화해를 노래한 ‘거미 여인’
국제갤러리에서 9월 2일 개막한 ‘Rocking to Infinity(무한히 흔드는)’는 부르주아의 정신세계에 더 친밀하게 다가간다.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말하며 아이러니하게도 99세까지 산 부르주아. 그의 생애 후반 20년의 작품을 엄선했다. 인생은 고통이지만, 오직 고통으로만 점철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희망과 기쁨의 씨앗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전시의 제목은 아이를 품에 안아 달래는 어머니의 정서적 평온 상태를 환기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