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천자칼럼] 미군기지 소유권 논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천자칼럼] 미군기지 소유권 논란
    주한 미군기지는 한국 속 미국이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소는 ‘AP 96271, USA’다. AP(Armed Forces Pacific)는 태평양 지역 미군기지를 의미한다. 지리적으론 한국에 있지만, 행정적으론 미국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기지 관리감독 권한도 대부분 미군에 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 공무원이나 군인도 미군의 허가 없인 출입이 제한된다.

    1990년대 이후 많이 줄었지만, 주한 미군기지 면적은 여전히 1억㎡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의 2.5배에 해당한다. 모두 한국 정부가 소유한 국유지로, 미군이 무상으로 공여받아 활용 중이다. 국유지 공짜 사용으로 미군이 얻고 있는 이익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지난해 기준 1조4028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용산 기지만 따져도 토지 임대료가 연간 15억달러(약 2조9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토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공식 수치인 42%보다 훨씬 높다는 게 당시 보도의 골자였다. 미군이 한국 측에 사용료를 받는 곳도 있다. 미군 제8전투비행단이 관할하는 군산 비행장은 민간 항공사도 사용할 수 있는데, 활주로 사용료를 미군에 내야 한다. 기지의 유지 관리 책임이 미군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비행장의 사용료는 다른 공항의 세 배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우리 군 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지 건설에 엄청난 돈을 쓴 만큼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엔 오류가 적지 않다.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무상 공여(grant) 형태로 부지가 제공되고 있으며, 기지 건설비용 역시 90% 이상(캠프 험프리스 기준) 한국이 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몰랐을 수 있지만, 방위비를 더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꺼낸 얘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역시 잇속이 밝은 지도자임이 틀림없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천자칼럼] 사내 교육의 진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경남 마산의 한일합섬 공장을 방문했을 때, 한 여공에게 소원을 묻자 그 답이 “공부하고 싶다”였다. 당장 야간학교가 개설됐고, 행정명령으로 학력 인정까지 받게 했다...

    2. 2

      [천자칼럼] 남미 우파 3인방

      지난 주말 외신에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밀레이 집무실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다. 밀레이는 그의 아이콘이 된 전기톱을, 노보아는 정글을 헤쳐...

    3. 3

      [천자칼럼] 맞담배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 심지어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상하 간 맞담배를 엄격히 금지하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해진 것은 임진왜란 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