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군기지 소유권 논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90년대 이후 많이 줄었지만, 주한 미군기지 면적은 여전히 1억㎡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의 2.5배에 해당한다. 모두 한국 정부가 소유한 국유지로, 미군이 무상으로 공여받아 활용 중이다. 국유지 공짜 사용으로 미군이 얻고 있는 이익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지난해 기준 1조4028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용산 기지만 따져도 토지 임대료가 연간 15억달러(약 2조9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토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공식 수치인 42%보다 훨씬 높다는 게 당시 보도의 골자였다. 미군이 한국 측에 사용료를 받는 곳도 있다. 미군 제8전투비행단이 관할하는 군산 비행장은 민간 항공사도 사용할 수 있는데, 활주로 사용료를 미군에 내야 한다. 기지의 유지 관리 책임이 미군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비행장의 사용료는 다른 공항의 세 배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우리 군 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지 건설에 엄청난 돈을 쓴 만큼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엔 오류가 적지 않다.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무상 공여(grant) 형태로 부지가 제공되고 있으며, 기지 건설비용 역시 90% 이상(캠프 험프리스 기준) 한국이 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몰랐을 수 있지만, 방위비를 더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꺼낸 얘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역시 잇속이 밝은 지도자임이 틀림없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