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붐에도…아모레·LG생건은 왜 못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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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 등 신생기업 달릴때
실적·시총 떨어진 화장품 빅2
K뷰티 열풍서 소외된 까닭은…
(1) 대량생산 구조…변화 대응 못해
(2) 中·고가제품 고수…다변화 실패
(3) M&A엔 보수적…성장기회 놓쳐
실적·시총 떨어진 화장품 빅2
K뷰티 열풍서 소외된 까닭은…
(1) 대량생산 구조…변화 대응 못해
(2) 中·고가제품 고수…다변화 실패
(3) M&A엔 보수적…성장기회 놓쳐
◇ K뷰티 열풍 못 올라탄 대기업
한때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이었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27일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뷰티 매출은 3조8851억원, LG생활건강은 2조8506억원이다. 전성기인 2021년 대비 각각 20.1%, 35.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5.8%, 83.3%씩 줄었다. ‘황제주’였던 LG생활건강 주가는 2020년 12월 160만원대에서 지난 25일 32만원대로, 아모레퍼시픽은 20만원대에서 1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과거엔 대기업의 이런 전략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경쟁력 요인이었다. 하지만 틱톡·릴스 등 SNS를 중심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경쟁이 치열한 시기엔 오히려 독이 됐다. ODM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바뀌면 중소 브랜드는 개발 중이던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빠르게 신제품 개발에 나서지만, 대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존 프로젝트를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뒤처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 “과거 전략 고수하다 트렌드 놓쳐”
과거 성공 신화에 매몰돼 혁신을 소홀히 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10년대 초중반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설화수’ ‘더후’ 등 고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설화수 한 브랜드 매출만 1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애국 소비 바람이 불고, 미국 등에서 가성비 화장품이 뜨기 시작하면서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두 회사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에서 손실을 만회해야 했는데 대응이 늦었다”며 “오프라인, 고가 제품에 안주한 전략도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보수적인 인수합병(M&A) 전략도 실기의 원인이다.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매출은 적극적인 M&A 전략으로 2021년 323억유로(약 53조원)에서 지난해 435억유로(약 71조원)로 뛰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K뷰티는 ‘코스알엑스’, LG생활건강은 ‘힌스’ 등 각각 1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 당시 성장 축으로 내세운 생활용품과 음료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하면서 핵심 사업인 화장품에서 성장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서경배 회장 뒤를 이을 승계 구도가 확정되지 않아 격변기 사업에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구다이글로벌 등 신흥 업체는 공격적으로 중소 K뷰티를 사들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뷰티 브랜드는 5곳이다. 전체 연결 매출은 지난해 9354억원에서 올해 1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재도약하려면 제품력은 좋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브랜드를 적극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선아/이소이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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