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더 수입해도 충격 작아…"시장개방 명분주고 실리 챙겨야"
농축산물 지렛대로 전략산업 지키는 '절충안'
수입 쌀 대부분이 가공식품용
쌀 소비도 줄어 농가 영향 제한
한우-미국산 소고기 소비층 달라
미국산 수입 늘어도 타격 미미
유통 땐 '월령표기 의무화' 필요
오렌지·사과는 TRQ 조정 대신
검역 기준 완화해 수입 확대 거론
수입 쌀 대부분이 가공식품용
쌀 소비도 줄어 농가 영향 제한
한우-미국산 소고기 소비층 달라
미국산 수입 늘어도 타격 미미
유통 땐 '월령표기 의무화' 필요
오렌지·사과는 TRQ 조정 대신
검역 기준 완화해 수입 확대 거론
◇“쌀, 정부 통제로 시장 충격 최소화”
전문가들은 40만8000t 규모인 수입 쌀 쿼터(TRQ·저율관세할당)를 유지하면서 이 중 약 13만t인 미국 몫을 5만~8만t가량 늘려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의 재고 관리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쌀 생산량은 약 390만t으로, 평년작 기준 매년 20만~25만t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공공비축미도 약 70만t 쌓여 있다.
◇“30개월 이상 소고기 표기해야”
소고기 문제도 주요 협상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는 금지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광우병 우려로 수입을 막고 있지만 미국 축산업계는 다른 국가와 동일하게 특정 부위를 제외하고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다수 전문가는 30개월령 이상을 수입하더라도 한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미국에서도 30개월이 넘은 소는 대부분 햄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에 쓰인다”며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마찬가지로 급식이나 가공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수입 조건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한우와 미국산 유통 시장이 달라 전체 시장 가격이나 소비 흐름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 소고기 시장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한우 유통망과 대형마트, 단체급식을 중심으로 한 외국산 시장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선 ‘월령 라벨링’ 즉 도축 당시 소의 나이를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렌지 포도 사과 등 과일류도 시장 개방 품목으로 거론된다. 오렌지(50%)와 포도(24%)는 일정 물량을 넘겨 수입하면 매우 높은 세금이 붙는데, 미국은 이 수입 한도를 늘리거나 무관세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사과는 TRQ 제도가 없지만 병해충을 막기 위한 까다로운 검역 절차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미국 정부가 검역 기준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섣불리 문을 열기 민감한 사안이지만 국내 생산 시즌과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전략 카드로 활용”
농산물 문제는 항상 예민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방어만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TRQ 제도를 활용하면 관세가 높고, 수입 한도가 정해지며, 정부 조정이 가능한 ‘삼중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시장 피해를 관리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내에서도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품목을 개방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상호 관세율 인하, 반도체 공급망 협력,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적용 제외, 자동차 관세 유예, 에너지 인프라 협력 등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한 통상 전문가는 “이번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내주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걸 가져오는 것”이라며 “농축산물은 방어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하지은/이광식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