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검찰총장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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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달리 법으로 임기를 보장한 한국의 검찰총장이 오히려 더 단명했다.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25명의 총장 중 온전히 임기를 마친 사람은 김기춘, 문무일, 이원석 등 9명뿐이다. 어제 사의를 밝힌 심우정 총장까지 무려 16명이 중도 사퇴했다. 그야말로 38년간의 ‘검찰총장 수난사’다. 김두희, 김태정 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 것이니 그나마 개인적으로는 영전한 셈이지만, 검찰 중립이라는 임기제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검찰 수뇌부 내분 사태로 물러난 한상대, ‘이용호 게이트’ 특검으로 친동생이 구속되자 사퇴한 신승남과 임명권자였던 노무현·박근혜 수사 뒤 ‘인간적 고뇌’를 이유로 옷을 벗은 임채진, 김수남 총장 등을 제외하면 주로 정권과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김각영 총장은 대통령이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검찰 상층부는 못 믿겠다”고 불신 발언을 하자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 때는 당정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윤석열, 김오수 총장이 잇달아 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여권으로부터 탄핵과 형사고발 등 전방위 압박을 받은 심우정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다.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현 정부 검찰 개혁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검찰청을 쪼개고 이름까지 바꾸겠다는 게 여권의 방침인 만큼 어쩌면 그 자신이 사실상 최후의 검찰총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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