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한우 사 먹었는데 이번에도"…벌써부터 '들썩' [이광식의 한입물가]
코로나19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한우 수요 폭증
농가들 너도나도 사육 두수 늘려
尹 정부 때 가격 폭락…'한우법' 요구나와
李 소비쿠폰으로 악순환 반복될까 '긴장'
농가들 너도나도 사육 두수 늘려
尹 정부 때 가격 폭락…'한우법' 요구나와
李 소비쿠폰으로 악순환 반복될까 '긴장'
다른 축산물과 비교해봐도 한우 물가는 눈에 띄게 안정적이다. 당장 수입 소고기부터 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미국산 소고기(갈비·냉동)는 100g당 4408원으로, 1년 전(3954원)보다 11.5% 높고 평년(3389원) 대비로는 30.1% 뛰었다. 돼지고기(삼겹살)는 100g당 2696원으로 평년(2617원)보다 3% 높고, 수입산 돼지고기도 100g당 1459원으로 작년(1457원)과 비슷하지만, 평년(1400원)보다는 4.2% 올랐다. 계란 한 판은 4년 만에 7000원을 넘었다. 계란(특란 30구) 가격은 7186원을 기록해 평년(6595원)보다 9.0% 상승했다.
2020년 재난지원금에 한웃값 '불기둥'...한우수요 폭증
사정이 이런데도 한우 가격을 보는 물가 당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우 가격만 저렴한 이유가 따로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지금 한우 가격이 왜 내려갔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총수요 진작’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준다. 정부는 2020년 5월 ‘제1차 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에게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씩 보편 지급했고, 같은 해 9월 다시 소상공인·자영업자(인당 50만~200만원)나 법인 택시 기사(인당 100만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했다.
국민들은 이 돈으로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사기 시작했다. 먹거리도 마찬가지인데, 대표적인 것이 ‘한우’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우는 다른 축산물보다 두 배 이상 비싸 손대기 어렵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이 상황을 바꿨다. ‘한(우)풀이’를 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재난지원금으로 한우 소비가 크게 늘자 가격은 불기둥을 찍었다. 2020년 5월 23일 자 한국경제 1면 톱 기사 제목이 <단군 이래 최고가 찍은 한우>일 정도다. 당시 기사를 보면 그해 5월 21일 한우 도매가는 ㎏당 2만906원으로, 1995년 물가 통계용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높았다. 전년(1만6757원) 대비로는 24.8% 오른 가격이다. 기사는 한웃값이 오른 이유로 한우 등급제 개편에 따른 소 도축 시기 지연, 미국산 소고기 수급 차질 등과 함께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 증가를 지적했다.
'한우버블', 尹 정부에서 터져...'한우법'으로 돌아왔다
한웃값이 치솟자 생산자인 한우 농가들도 가격에 반응해 한우를 마구 더 키우기 시작했다. 2020년 한우 송아지 출생신고 마릿수는 101만6300마리로, 평년(91만7300마리)보다 10.8%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가 분기별로 내놓는 관측 월보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첫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듬해인 2021년 12월호는 ‘2022년 한우 사육 마릿수 역대 최대 수준 기록 전망’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KREI는 관측 월보 첫 페이지에서 “사육·도축 마릿수 증가에도 수요 지속 등의 영향으로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우려되므로 신규 입식 자제 및 조기 출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적었다.
“가격이 내려가서 좋다”는 건 소비자 입장이다. 한우 업계는 난리가 났다. ‘소 키운 값’조차 받지 못할 지경이 되자 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우법’을 밀어붙이고, 윤 정부는 “특정 축종만을 위한 법안을 만들 수는 없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도 벌어진다.
이번엔 어떨까. 정부는 소비쿠폰이 지급되더라도 2020년 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우는 지금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 상태”라며 “소비쿠폰으로 한우 소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가격 급등과 과잉 생산이 반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고’로 감당 가능하다는 것이다. KREI도 한우 사육 마릿수가 2026년까지 감소하다 2027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축 마릿수는 2028년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쿠폰으로 숨통 트이나" 한우 농가 기대감
그래도 물가 당국이 긴장을 풀긴 이르다. 한우 소비자가격은 잠잠하지만, 도매가격은 조금씩 들썩이고 있어서다. KREI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거세우) 도매가격은 ㎏당 1만8236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8.3% 올랐다. 암소 도매가격은 ㎏당 1만5589원으로 전년 대비 16.1% 상승했다. 누적 도축 마릿수가 줄어든 영향인데, 소비자가격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우 농가가 소비쿠폰에 거는 기대는 크다. 축산업계는 이번 소비쿠폰이 어려운 축산농가에 활력을 불어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육우 사육농장 수는 올 3월 기준 8만1000곳으로 1년 전보다 6.0% 줄었고, 농장당 사육 마릿수는 41만6000마리로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농가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