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G2 기술패권 전쟁…‘차이나 테크’ 선봉장은?
중국 테크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8개가 지난 5월 이후 국내 증시에 데뷔했다. 상장 심사 과정을 감안할 때 기획 시점은 연초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개발기업 딥시크(DeepSeek)가 시장을 뒤흔들던 시점이다. 딥시크는 올해 1월 추론모델 ‘R1’을 발표했다. 오픈AI의 ‘챗GPT’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능으로 미국 주도의 AI 산업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투자 비용은 미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회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ETF 상품 개발자 관점에선 놓칠 수 없는 ‘대형 재료’였다.

14억 수요가 뒷받침하는 ‘차이나 테크’의 굴기가 매섭다. AI, 자율주행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첨단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AI 모델 ‘큐원(Qwen)’은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간다. 화웨이는 AI 반도체를 개발해 딥시크에 공급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 정부의 집중 육성 혜택을 받고 있다. 2020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 출원 건수도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부터 각종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했지만, 결국 심각한 타격을 주는 데 실패한 셈이다.

최근 상장한 차이나 테크 ETF는 특정 테마 또는 산업에 압축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과거 ‘항셍테크’ 또는 ‘H지수’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던 상품과 큰 차이점이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먼저 ‘KODEX 차이나테크TOP10’, ‘TIGER 차이나테크TOP10’, ‘PLUS 차이나AI테크TOP10’ 등은 대형 기술주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비야디(BYD) 등 대표 종목 편입은 대체로 같다. 다만 KODEX는 콰이쇼우(Kuaishou Technology)라는 영상 플랫폼 기업을 포함하고, TIGER는 2차전지 대표기업 CATL과 AI 반도체 제조기업 캠프리콘(Cambricon Tech), 통신장비 제조기업 ZTE 등에 투자한다.

휴머노이드 테마에 투자하는 ETF는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과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두 개다. 대표 종목은 유비테크로보틱스(UBTech Robotics)다. 총 20개 종목 중 9개가 겹치지만, 많은 종목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대형주는 아니다. 두 상품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성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지난 17일 상장한 ‘TIGER 차이나AI소프트웨어’는 이름 그대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에만 투자한다. 같은 날 상장한 ‘TIGER 차이나글로벌리더스TOP3++’는 중국의 대표 수출 테크기업 10곳에 투자하는데 알리바바, 샤오미, BYD 세 종목에 집중도가 높다.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는 유일한 액티브 ETF다.

모두 차이나 테크에 투자하는 ETF지만 구성 종목의 성격과 비중에 차이가 있다. 단순히 브랜드와 시가총액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구성 종목과 비중을 살펴보고, 일정 기간 성과를 지켜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주를 많이 편입한 ETF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내수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하락 추세다. 청년 실업률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압력은 중국 정부의 큰 고민거리다. 그래도 오를 주식은 오르는 게 주식시장이다. AI,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기술은 어두운 터널의 끝을 지나는 분위기다. 중국 투자를 고민할 때 CSI300, H지수 등 대표지수보다 첨단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선별하는 것이 성과에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