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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그림 한 점 앞의 질문…골목 갤러리의 실험
문래동 골목에서 갤러리 운영
예술 향유 즐거움 깨닫는 과정
임지영 예술 칼럼니스트·즐거운예감 대표
예술 향유 즐거움 깨닫는 과정
임지영 예술 칼럼니스트·즐거운예감 대표
일단 모든 그림을 낮게 걸었다. 어린이도 편히 볼 수 있도록 했고, 눈높이에 맞춰 재밌는 질문도 붙였다. 갤러리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오렌지 스티커를 주고 좋아하는 한 점 찾기를 했다. 스티커를 받는 순간,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무슨 그림을 좋아하지? 나는 왜 이 그림에 스티커를 붙였지? 이 단순한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머물렀다. 그림으로 글도 쓰게 했다. 그림으로 말을 하게 했다. 가족들 호응이 제일 좋았다. 가장 가깝지만, 또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알기 쉽지 않은 사이. 그림 한 점으로 서로를 다시 보고 이해하고 안아주는 가족이 많았다.
예술 향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아주 가벼운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그림 한 점 앞에 멈춰선 이유부터 더 깊은 침잠까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우리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렇기에 갤러리에서의 퍼포먼스는 사고 실험과 같다고 생각했다. 예술을 전혀 모르던 때와 누리고 난 후의 반응들. 처음의 쫄아 있는 모습은 어디로 가고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 나누는 기쁨과 터진 말문. 사람은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들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림을 통해 만나는 것은 언제나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 등 그의 인생이다. 듣다 보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예술은 너무 좋은 경험재, 공유재가 됐다.
이리 좋은 향유 경험장을 접기로 했다. 처음 오픈할 때도 한 1년 재밌게 해보자고 결심한 터라 충분히 그 가치를 검증했다. 퍽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관점을 바꾸었고, 유연해지고 긍정적이 됐다. 예술 참 좋다고, 향유 너무 쉽다고 해맑게 웃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다만, 지속할 동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언제까지 공모 사업에 기대고 재능 기부에 의존할 수는 없으므로. 사회는 불안하고 개인의 삶도 출렁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언제쯤 행복해질까? 삶의 본질을 되묻게 된다. 우선 나에게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침대에 누워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며 긍정 확언을 되뇐다고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봄은 짧고 인생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한껏 누릴 수 있는 것은 지금밖에 없다. 지금을 잘 사용해야 한다. 향유는 남아도는 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악착같은 희망에서 온다. 절망에 발이 푹푹 빠지는 세상에서 잘살아 보자고 멋지게 살아내자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그림 한 점 앞에서 세상사 잊고 몰입해보는 것. 향유란 그렇게 절실한 생의 긍정이다. 계속하다 보면 삶을 사유하고 통찰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마침내 탁월한 인생 향유자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