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적자 쇼크' 새마을금고의 모럴해저드
'최악 실적'에도 외유성 워크숍
전문성 부족한 경영이 부실 불러
신연수 금융부 기자
전문성 부족한 경영이 부실 불러
신연수 금융부 기자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순손실액은 1조7382억원으로 1963년 출범 후 최대 규모 적자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265개 새마을금고의 경영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772개(61.0%)가 적자를 냈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긴 금고도 336개였다.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1265개 새마을금고는 각각 독립된 법인이다. 개별 금고의 공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곳이 많다.
서울의 한 금고는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404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23.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4.7%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은 -0.9%다. 많은 금고가 고위험·고수익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전문적 심사 절차 없이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휘청이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인데도 새마을금고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실적 악화로 출자자들에게 배당까지 못 하는, 말 그대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줄줄 새는 돈이 많다. 개별 금고는 지역별로 운영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협의회에 연간 300만~400만원의 회비를 낸다. 서울 지역만 해도 약 230개 금고가 낸 회비를 합치면 연간 총 8억원이 넘는데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상당수가 이사장 대상 명절 떡값, 가족 동반 해외 워크숍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퇴임 없는 퇴임 공로금’도 황당한 사례 중 하나다. 각 금고 이사장은 4년 임기가 끝나면 퇴직금과 별개로 500만원의 퇴임 공로금을 받는다. 규정상 두 번 연임할 수 있는데, 연임에 성공해도 임기가 바뀔 때 퇴임 공로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사무실에 계속 출근하면서 퇴임 공로금만 받아 가는 셈이다.
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2023년보다 지난해 실적이 더 악화했다. 금융권에선 올해 실적도 쉽사리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PF 부실채권 정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각 금고 이사장의 전문성과 책임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개별 금고의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