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상법 개정안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영진 면책 요건을 추가해야 한다고 하더니, 14일엔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 개정 권한이 없는 데다 소관 부처 수장도 아닌 금감원장이 상법·형법 개정을 주장하자 정부 안팎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상법 개정과 함께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주장했다. 배임죄 폐지 등은 형법,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수장도 언급을 삼갈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관계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수장도 입에 담지 않고 있다. 부처 안팎에서는 이 원장의 튀는 발언을 놓고 “월권이다”라거나 “정책 혼선을 부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공직자가 개별 의견을 내냐고 하는 분도 있다”며 “정부 의사결정도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의견 충돌을 막기 위해 이 원장이 ‘총대를 멨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서는 여전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올초까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 바 있다. 반면 기재부와 금융위는 관련 상법 개정안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호흡을 맞추며 ‘윤석열의 남자’로 통했다. 그만큼 부처 안팎에서 이 원장의 위상은 종전 금감원장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이 같은 위상을 앞세워 정책 조율·추진에 앞장서는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익환/강경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