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다르고 가격은 훨씬 싸네"…입소문 나더니 '돌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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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 같은데 더 비싸다고?"…똑똑해진 소비자들
'스마트컨슈머'만 살아남는 고물가 시대
제조원·원재료명까지 꼼꼼히 확인
고물가 특수 본 'PB 브랜드'
유통가 불경기에도 PB는 '호실적'
"유통업체엔 PB가 브랜드 신뢰도의 척도"
'스마트컨슈머'만 살아남는 고물가 시대
제조원·원재료명까지 꼼꼼히 확인
고물가 특수 본 'PB 브랜드'
유통가 불경기에도 PB는 '호실적'
"유통업체엔 PB가 브랜드 신뢰도의 척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한 살림 인플루언서가 영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rivate Brands·PB) 전용 매장인 '노브랜드'에 방문해 제조원, 원재료명을 비교해가며 시중 일반 상품과 품질이 같거나 비슷한데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을 추천했다.

기자가 22일 오후 서울 시내 노브랜드 매장에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니 온라인에서 알려진 추천 제품들의 제조원과 원재료명이 실제로 일반 브랜드 제품과 거의 동일하거나 비슷했다. 이 중 휴지 등 일부 인기 생필품은 오프라인 매장에 몇 개 안 남아있거나 온라인에서 품절이기도 했다.
영상에서도 언급된 파이 과자, 휴지 등은 실제로 제조원이 시중 일반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동일했다. 가격은 대부분 10~30%가량 저렴한 편. 특히 파이 과자는 제조사부터 원재료명까지 아예 똑같은데 12개입 기준으로 가격이 3480원, 4220원(대형마트 판매 가격 기준)으로 달랐다. PB제품이 17%가량 저렴했다.

내수 시장 위축으로 유통업계가 고심에 빠진 가운데 PB상품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오프라인 소매점의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PB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1.8% 성장했다. 노브랜드의 2023년 매출은 1조3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신장했다. 노브랜드를 론칭한 시점인 2015년부터 매출 상승세를 이어왔다. 첫해 23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8년 새 약 58배 성장한 셈이다.
불경기에 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소비 양상이다. 이에 더해, 요즘엔 '무조건' 싸기만 해서는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비교 영상처럼,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품질도 보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퇴근 후 장을 보기 위해 들렀다는 30대 한모 씨도 "물가가 너무 올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찾다가 PB 제품 전용 매장을 알게 됐다"고 푸념하면서도 "직접 써보니 포장지만 다르지 품질의 차이를 못 느꼈고, 어떤 제품은 되려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더 좋은 것도 많더라"며 쇼핑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PB 제품을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과 관련, 이마트 노브랜드 관계자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가격을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PB 제품이 해당 유통 브랜드의 신뢰도를 대변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쓸 것"이라며 "마진을 최소화해서라도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제품이라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업체 간 지나친 염가 판매 경쟁으로 상품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조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붙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불경기로 최저가 경쟁이 더 심화하는 시점인 만큼 지속 가능성, 균형의 측면도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