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분위기 왜 이래…"결혼 계획 있냐?" 황당 질문 '여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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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 "불쾌한 질문 받았다"
"지원자는 혹시 조만간 결혼 계획 있어요?"
2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지난해 대기업 하반기 공채 1차 실무자 면접에서 이 같은 질문을 들었다. 그는 "당시 '결혼 생각이 있다. 이 기업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정도 꾸릴 수 있는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면서도 "실무자 면접이라길래 직무 경험 중심의 질문을 준비해갔는데 대뜸 개인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을 하셔서 저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 씨는 여러 번의 면접 끝에 최근 희망하던 외국계 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그는 "이 같은 질문은 비교적 '순한 편'"이라며 "면접에서 '이력서에 적혀있는 프로젝트 정말 본인이 한 거 맞나요? 내가 보기엔 지원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와 같이 질문이 아닌 일방적인 지적도 받아봤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한 20대 김모 씨도 재직 중인 기업의 1차 실무 면접에서 "이성 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성 친구의 유무로 합격이 결정되는 건 아닐 텐데, 돌아보면 굳이 그런 질문을 해야 했나 싶다"면서 "압박 면접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기업의 최종 임원 면접에서는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고 내내 책상만 보시는 분도 계셨다. 당시 취업이 간절한 시기였는데도 의욕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근 1년 내 취업한 사회초년생 직장인 10여명에게 물어보니 이외에도 황당한 면접을 겪은 이들이 많았다. "우리 회사는 매일 오전 10시에 기도 시간이 있는데, 함께 할 수 있냐"는 전도에 가까운 질문부터 연애 횟수, 흡연 여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사내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심시간에 메뉴를 골라야 한다면 뭘 고를 건지" 등의 당황스러운 질문도 있었다. "저녁 회식 좋아하냐", "주량이 어떻게 되냐" 등의 질문은 흔했다. 상반기 신입 사원 공채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입사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무게감과 압박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전형은 면접으로 꼽히고 있다. 서류, 인적성 검사 등 이미 여러 관문을 거쳐 맞이하는 순서인데다 오죽하면 '면까몰(면접은 까볼 때까지 모른다)'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장하는 자리인 만큼 황당한 질문을 듣게 되면 지원자는 쉽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입사 과정에서 부적절하거나 불쾌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13일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는 응답이 11.2%에 달했다. '불쾌한 면접' 경험률은 지역과 성별, 연령,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구인난에 시달려 면접관이 '갑', 지원자가 '을'인 국내 현실과 완전 딴판인 상황이다. 대졸 신입 공채에서 지원자가 면접관의 프로필을 보고 지명할 수 있는 기업도 생겼다. 일본 도쿄 소재 IT 기업 '나일'은 지난 21일 "내년 입사하는 대졸 신입 공채부터 면접관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사원 20명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면접관으로 만나고 싶은 5명을 고르는 식이다.
해당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NHK에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게 된 계기로 "면접관은 지원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지원자는 면접관의 정보를 모른다"며 "정보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면접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요즘에는 면접관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진행하는 편"이라며 "면접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질문을 할 경우에 대한 내부 징계 기준도 마련돼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직이 잦은 요즘 같은 채용 시장에선 기업에 대한 소문이 금방 퍼진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면접자 교육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압박 면접에 대해서도 "이제 철 지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노무법인H 노무사는 "일부 기업에서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사·노무 업계에선 이 같은 질문이 인재를 뽑는 데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위원으로 초빙돼 가보면 요즘에는 질문을 짜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라며 "지원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한 질문은 배제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2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지난해 대기업 하반기 공채 1차 실무자 면접에서 이 같은 질문을 들었다. 그는 "당시 '결혼 생각이 있다. 이 기업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정도 꾸릴 수 있는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면서도 "실무자 면접이라길래 직무 경험 중심의 질문을 준비해갔는데 대뜸 개인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을 하셔서 저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 씨는 여러 번의 면접 끝에 최근 희망하던 외국계 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그는 "이 같은 질문은 비교적 '순한 편'"이라며 "면접에서 '이력서에 적혀있는 프로젝트 정말 본인이 한 거 맞나요? 내가 보기엔 지원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와 같이 질문이 아닌 일방적인 지적도 받아봤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한 20대 김모 씨도 재직 중인 기업의 1차 실무 면접에서 "이성 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성 친구의 유무로 합격이 결정되는 건 아닐 텐데, 돌아보면 굳이 그런 질문을 해야 했나 싶다"면서 "압박 면접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기업의 최종 임원 면접에서는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고 내내 책상만 보시는 분도 계셨다. 당시 취업이 간절한 시기였는데도 의욕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근 1년 내 취업한 사회초년생 직장인 10여명에게 물어보니 이외에도 황당한 면접을 겪은 이들이 많았다. "우리 회사는 매일 오전 10시에 기도 시간이 있는데, 함께 할 수 있냐"는 전도에 가까운 질문부터 연애 횟수, 흡연 여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사내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심시간에 메뉴를 골라야 한다면 뭘 고를 건지" 등의 당황스러운 질문도 있었다. "저녁 회식 좋아하냐", "주량이 어떻게 되냐" 등의 질문은 흔했다. 상반기 신입 사원 공채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입사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무게감과 압박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전형은 면접으로 꼽히고 있다. 서류, 인적성 검사 등 이미 여러 관문을 거쳐 맞이하는 순서인데다 오죽하면 '면까몰(면접은 까볼 때까지 모른다)'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장하는 자리인 만큼 황당한 질문을 듣게 되면 지원자는 쉽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입사 과정에서 부적절하거나 불쾌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13일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는 응답이 11.2%에 달했다. '불쾌한 면접' 경험률은 지역과 성별, 연령,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구인난에 시달려 면접관이 '갑', 지원자가 '을'인 국내 현실과 완전 딴판인 상황이다. 대졸 신입 공채에서 지원자가 면접관의 프로필을 보고 지명할 수 있는 기업도 생겼다. 일본 도쿄 소재 IT 기업 '나일'은 지난 21일 "내년 입사하는 대졸 신입 공채부터 면접관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사원 20명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면접관으로 만나고 싶은 5명을 고르는 식이다.
해당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NHK에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게 된 계기로 "면접관은 지원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지원자는 면접관의 정보를 모른다"며 "정보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면접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요즘에는 면접관 교육을 매우 철저하게 진행하는 편"이라며 "면접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질문을 할 경우에 대한 내부 징계 기준도 마련돼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직이 잦은 요즘 같은 채용 시장에선 기업에 대한 소문이 금방 퍼진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면접자 교육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압박 면접에 대해서도 "이제 철 지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노무법인H 노무사는 "일부 기업에서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사·노무 업계에선 이 같은 질문이 인재를 뽑는 데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위원으로 초빙돼 가보면 요즘에는 질문을 짜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라며 "지원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한 질문은 배제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