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보문고에서 책을 훔쳤던 한 30대가 뒤늦게 100만원을 건네고 사라졌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0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 오래된 분실물을 확인해 본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 직원들은 5만 원권 20장과 함께 편지를 발견했다. 이 분실물은 지난해 11월 한 고객이 말없이 카운터에 내밀었던 봉투로, 당시 직원은 제3자의 분실물을 맡긴 것이라 생각해 보관해뒀지만 보관 기간이 길어지자 내용물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편지를 쓴 고객은 자신이 고등학생이던 15년 전 교보문고에서 책과 학용품에 여러 차례 손을 댄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행각은 결국 서점 직원에게 발각되면서 아버지가 책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는 고객은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며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족들이) 잘못은 이해해 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뭘 했는지 묻는다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 "교보문고에 신세 진 만큼 돕고 베풀며 살겠다"고 전했다.

안병현, 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교보문고는 고객 돈에 100만원을 더해 200만원을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객이 남기고 간 100만원과 자필 편지. 사진=교보문고
고객이 남기고 간 100만원과 자필 편지. 사진=교보문고
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