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한 한국 기업들이 관리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인력 파견에 대해 자국인 우선 채용을 요구하며 전문직 취업(H-1B) 등 관련 비자를 잘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 등 한국에서 공장 운영 노하우를 익힌 필수인력을 데려가기 힘들어 가동을 멈춰야 할 판이다. H-1B 비자만 해도 신청자가 늘고 있으나 미국이 수년째 쿼터를 꽁꽁 묶는 바람에 발급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미국 빅테크가 채용하려는 중국, 인도 정보기술(IT) 인력이 대부분이고 한국은 전체 쿼터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들이 미국 주 정부 설득에 나섰지만 각자도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 ‘외교’가 절실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비자발(發) 인력난이 심화할 전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그에 걸맞은 요구를 할 명분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하원에서 12년째 잠자고 있는 ‘한국 동반자법’ 통과에 매진해야 한다. 전용 취업비자 E-4를 연간 1만5000개 발급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법만 통과된다면 우리 기업의 인력 운영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등도 비슷한 법에 따라 별도 취업 비자를 받고 있는 만큼 대미 투자 규모로 봐도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동맹국 간이라고 해도 자국 이익을 위해선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냉혹한 경제 전쟁 시대다.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인 외교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며 수요자 중심의 외교와 경제·안보 융합, 민관 협력을 틈만 나면 강조해왔다. 이 말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미국의 높아지는 비자 장벽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외교부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