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경찰서 간부 경찰관, 1억 가까운 돈 받고 수사편의 제공
"수사종결권 갖게 된 경찰, 뇌물수수 범죄 부작용 너무나 커"

평소 알고 지내온 지역 사업가에게 수사정보를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겨온 현직 경찰 간부가 최근 구속되는 등 경찰의 뇌물 비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청렴성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경찰관들이 돈 때문에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같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1차적인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상황에서 수사정보 제공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는 그 부작용이 너무나도 크다고 지적한다.

수사정보 주고, 편의 봐주고…끊이지 않는 경찰관 뇌물 비위
◇ "출석 날짜 바꿔놨어"…수사 편의 제공하고 돈 꿀꺽
2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역 사업가들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1억원 가까운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하남경찰서 소속 50대 A 경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A 경감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투자자 모집 등의 사업을 하는 B씨 등과 알고 지내며 수사 편의를 제공했다.

B씨 등은 사업 특성상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A 경감이 수사 정보에 해당하는 사건 접수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A 경감은 출석 날짜 조율도 대신해줬다.

하남경찰서에서만 10년 가까이 근무해 경찰서 내에 모르는 이가 없었던 A 경감은 사건 담당자들에게 말해 B씨 등의 요청이 있을 때면 출석 일정을 바꿀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 대가는 컸다.

A 경감은 마치 용돈을 받듯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한 번에 몇백만원씩의 돈을 받아 챙겼다.

그 액수는 경찰 조사로 밝혀진 것만 지난 2년간 9천만원에 달한다.

뇌물 규모는 추후 검찰의 보강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 경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정보 주고, 편의 봐주고…끊이지 않는 경찰관 뇌물 비위
◇ 아직도?…끊이지 않는 경찰관 뇌물 비위
일각에서는 '아직도 이런 경찰관이 있나?'라는 의문 섞인 자조마저 나오지만, 경찰관의 뇌물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9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9년 10월∼2020년 1월 성매매 업주의 부탁을 받고 동료 경찰관에게 사건 편의를 청탁하고, 업소를 112에 신고한 신고자의 연락처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4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정보를 주는 등 편의 제공을 대가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하남경찰서 사건과 유사하다.

지인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다거나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뇌물을 수수한 사례도 많다.

광주지법은 지난 27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2016~2019년 전직 경찰관이나 지인에게 수사 상황을 유출하고, 자신이 수사한 지역주택조합장에게 검사 출신 변호사를 알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대법원 제2부는 지난달 29일 뇌물수수,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충남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20~2021년 한 기업 관계자로부터 골프 회원권 할인 혜택과 한우 등 2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았다.

이밖에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현직 경찰 간부들이 브로커를 통해 승진 인사를 청탁하고 뇌물을 줬다는 이른바 '사건 브로커' 의혹 수사가 이어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 관련, 수사·인사 청탁에 연루된 전현직 검찰·경찰 공무원 총 18명(10명 구속기소)을 재판에 넘겼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들은 사건 브로커로 활동한 성모(63) 씨 등 브로커 2명을 통해 수백~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고 특정 가상화폐 사기범에 대한 사건을 무마하거나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된 이들 가운데는 성씨 등을 통해 뇌물을 전달하거나 받으며 인사 청탁을 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 불신 초래…엄정 처분 필요"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공무원 기소 이상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 1일까지 뇌물 관련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은 35명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10명 가까운 경찰관이 뇌물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찰관의 뇌물 사건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민 불신을 키울 수 있으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폭행이나 음주 운전 등의 범죄와 달리 수사 정보 제공을 대가로 뇌물을 받는 비위의 경우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관의 직무 윤리 위반이 가져오는 사회적 폐해는 다른 직종보다 훨씬 크다"며 "국민들도 '유전무죄'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게 돼 사회 전반적으로 불신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일차적인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상황에서 경찰관이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을 때의 부작용은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됐다면 이에 따른 책임 또한 훨씬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찰 내부적으로도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