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미국과 LNG '치킨게임'…가스값 폭락 조짐 [원자재 포커스]
카타르 "2030년 LNG생산 85%늘린다"
미국도 LNG터미널 줄줄이 완공 예정


카타르 국영 카타르에너지(QE)는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을 현재보다 85%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LNG생산량이 2023년의 1.5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이 2년째 이어지면서 미국 최대 LNG업체 체사피크를 비롯해 경쟁사 EQT와 컴스톡 리소스 등은 이미 가격 하락을 예견하고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카타르는 오히려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해, 이 기회에 미국 LNG 기업의 고객을 빼앗겠다는 전략이다. 셰일 유전에 비해 카타르의 가스는 생산 원가도 저렴하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생산량 확대 드라이브 건 카타르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드 알카비 QE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타르 북쪽 걸프해역에 있는 해상 가스전인 노스돔의 LNG 증산 계획을 더 확장해 연간 1600만t을 더 생산키로 했다"며 "이로써 2030년 연간 총생산량은 1억4200만t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QE의 LNG 연간 생산량이 7700만t인 만큼 2030년까지 85%(6500만t) 증가하는 셈이다. QE는 노스돔의 서부 구역을 탐사해 생산량을 추가할 계획이다. 알카비 회장은 "이 같은 증산 계획 확장이 마지막이 아니고 시장이 원한다면 LNG 생산을 더 늘리겠다"며 "LNG 운반선을 추가로 주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러시아와 함께 세계 4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중단하면서 반사 이익을 봤다. 알카비 회장은 이날 증산 계획 확장에 투자하게 될 비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수십억 달러(수조 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시장은 인구 증가로 LNG 수요가 늘고 있고, 유럽은 에너지 전환(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정책)에도 '오랫동안' LNG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NG 가격 약세 지속되나

중국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천연가스 발전소로 바꾸고 한국은 디젤 화물차를 LPG 차량으로 대체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 공급은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카타르의 물량 확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부터 공급 과잉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가스 가격이 하락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0년도처럼 미국 LNG 수출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 관련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미국 내에선 화력 발전소들이 석탄 대신 천연가스 사용하게 유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석탄보다도 저렴해져야 한다. 매트 팔머 S&P글로벌 원자재인사이트 전무는 "지난 겨울에 이어 두 번째로 온화한 겨울을 맞아 발전소마다 석탄이 쌓여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헨리허브 가스 풋옵션 가격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 당 50센트까지 떨어졌다. 최근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중인 가스 선물 가격의 3분에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3월 인도분 헨리허브 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MMBtu 당 1.60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