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디 엣지. 현대자동차 제공.
쏘나타 디 엣지. 현대자동차 제공.
"라떼는 쏘나타였어~."

지난 설 명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차 이야기가 나오자 최모 씨(66)는 현대차 쏘나타를 언급했다.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이 타는 차로 그랜저가 잘 알려졌지만, 예전에는 쏘나타가 조금 산다고 하는 중산층이 타는 세단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기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는 송모 씨(63)도 쏘나타에 대한 추억이 깊다. 송 씨는 이전까지 대우 레간자를 타다가 2010년 쏘나타를 구매했다. 그는 "레간자를 처분하고 중형 세단을 살 때 당시 K5가 시장에서 돌풍이었는데도 주저없이 쏘나타를 골랐다. 아무래도 쏘나타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가 여전히 60~70대에게 '국민 세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차로 선호되고 있다. 연령대별 판매량에서 60대와 70대에서만 10위권 안에 들었다. 1985년 처음 나온 쏘나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만큼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쏘나타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쏘나타는 60대 판매량(6158대)에서 10위를 기록했고, 70대 판매량에서는 그랜저에 이어 2위(3293대)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쏘나타 디 엣지' 부분 변경 신차 모델을 출시하며 젊은 감각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주요 수요층은 여전히 60~70대였던 셈.

반면 젊은층에선 쏘나타보다는 기아 중형 세단 K5를 택한 경우가 많았다. K5는 지난해 20대 판매량 3425대(6위)로 10위권에 들었다. 과거와 달리 청년층 구매력이 향상됐고 젊은층을 공략한 디자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K5를 탄다는 한 회사원은 "쏘나타는 아무래도 '아빠가 타던 차'라는 인식이 있고 K5 디자인이 좀 더 날렵한 느낌이 있어서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기아 더 뉴 K5. 기아 제공
기아 더 뉴 K5. 기아 제공

중형 세단의 외로운 경쟁...젊은 감각 키우기 안간힘

현대차는 40년 가까운 역사의 쏘나타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출시된 쏘나타 디 엣지는 부분 변경이지만 완전 변경에 버금가는 디자인 변화를 거쳤다.

그랜저와 같은 수평형 램프를 탑재했으며 역동적이고 날렵한 쿠페형 실루엣을 살렸다. 내부 디자인도 젊은 감각을 발휘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합쳐 길게 연결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최첨단의 느낌을 강화했다.

K5는 2010년 첫 출시부터 세단이지만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등 '젊음'에 초점을 맞춘 중형 세단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부분 변경 신형인 더 뉴 K5는 시대에 맞춰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

세대별 판매량은 갈렸지만 K5와 쏘나타의 경쟁은 침체된 중형 세단 시장에서 의미가 있다. 한때 국민 세단이었던 중형 세단이 엔트리카 부분에서는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리고 있고,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K5와 쏘나타는 모두 부분 변경 신차를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차 판매량에서 10위안에 들지는 못했다. 쏘나타는 15위(3만7912대), K5는 18위(3만4071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 세단이 준중형과 대형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이 됐다. 게다가 중형급 전기차 출시도 기존 중형 세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