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⑤에서 계속
일본 정부와 재계는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하는 '물류 2024년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든 대책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대책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기존의 인력(트럭 운전기사)을 최대한 효율화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트럭 운전기사 1명이 하루에 15시간 이내로 일하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나르는 것이다.
"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일본 정부가 가장 기대하는 방식은 맞교대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의 거리는 약 500㎞로 편도 6시간이 걸린다. 왕복을 하려면 1000㎞, 12시간 거리인데다 의뢰처의 물류창고까지 가서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당일치기는 무리다. 이 때문에 도쿄~오사카를 오가는 트럭 기사들은 차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가 있다.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거리는 약 250㎞, 3시간 남짓의 거리다.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가 하마마쓰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트럭 또는 화물칸만 바꿔서 오면 어떨까.

화물이 당일 도쿄에서 오사카, 오사카에서 도쿄로 운반되는 동안 도쿄와 오사카의 트럭 기사들은 모두 당일치기로 일을 마칠 수 있다. 운전거리는 하마마쓰를 왕복한 약 500㎞, 6시간에 불과하다.
"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④에서 소개한 대로 올해 신도메이고속도로 스루가만누마즈 휴게소에서 하마마쓰휴게소까지 약 100㎞ 구간은 심야시간에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달릴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전용도로가 생길 예정이다. 도쿄에서 하마마쓰를 당일치기하는 트럭 운전기사는 근무 시간 뿐 아니라 노동 강도도 큰 폭으로 줄어든다.

맞교대 방식은 트럭 운전기사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요구하던 장거리 수송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토교통성이 지난해 간사이 지역과 규슈 지역의 중간 지점인 히로시마현 인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중계거점인 '커넥트 파킹 미야시마'를 만들어 실제 운영을 해 본 결과 "당일치기가 가능해져 차박 부담이 줄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 일본 정부는 장거리 수송 물류(트럭 또는 컨테이너)를 주고 받는 중계거점을 일본 각지에 만들고 있다. 물동량이 많은 수도권과 미야기현, 간사이~에히메 구간이 후보다.
"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슈토 와카나 릿쿄대 교수(사진)에 따르면 장거리 운전기사 가운데는 한달에 3~5일 밖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보니 당일치기 수송이 가능한 운수회사에 트럭 기사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근로자 1700명 규모의 대형 운수회사 시가긴코운수창고는 2017년부터 장거리 트럭 수송을 중단하고 트레일러를 교환하는 방식의 중계 수송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는 중계거점 정비 비용 등 때문에 운임이 10% 정도 올랐다. 하지만 시가긴코운수 관계자는 "기존 운전기사들의 이직률이 내려간데다 채용도 호조여서 운전기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3일만 집에 가요"…차박 싫은 직원들 몰리는 회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다만 시가긴코운수처럼 자체적으로 일본 전역에 중계거점을 만들 수 있는 대형 운수회사는 극소수다. 6만개가 넘은 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자 가운데 99%가 근로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고속도로 휴게소, 국도 휴게소(미치노에키·道の駅)에 중계거점을 만드는 이유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⑦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