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만 명의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출마하는 본후보 명단이 11일 확정됐다. 오는 25일 조합장들의 직접 투표로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업계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8명이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정병두 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예비후보, 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 최성환 부경원예농협 조합장,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협 조합장 등이다. 현직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총회 전까지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에 비상임·명예직이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농협중앙회는 남해화학 등 15개사를 보유한 ‘경제지주’와 은행 보험 증권 등 11개 금융사를 거느린 ‘금융지주’를 두고 있다.

회장이 임기 4년간 받는 보수는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인사권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각 지주 인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며 “210만 명의 농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15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1111명의 조합장이 직접 투표한다. 지금까지는 대의원 292명이 회장을 뽑는 간선제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합장 전체 의견을 선거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2021년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번엔 ‘1인 1표’가 아니라는 점도 특징이다.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인 조합엔 2표가 부여돼 전체 표는 총 1252표다. 전체 유권자 중 비중이 10%가 넘는 지역은 경북(14.4%) 경기(14%) 전남(13%) 충남(12.7%) 경남(12%) 등이다.

오는 25일 선거를 앞두고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때 후보자들은 유권자인 조합장을 개인적으로 만나선 안 되는 등 엄격한 선거운동 규정이 적용된다.

당선인은 투표권 총수의 과반 투표에 이은 과반 득표로 결정된다. 다만 과반 득표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당선인이 선출된 사례는 없었다.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는 고배를 마시는 사례도 적지 않다. 1차 투표 2위와 3위가 표를 한쪽으로 몰아주는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