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매년 1월 발표하던 선박 수주 목표치를 올해부터 내놓지 않기로 했다. 수주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저가로 일감을 따내는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 목표치를 내부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묻지마’식 저가 수주 관행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수주 목표 제시는 조선업계만의 독특한 기업설명(IR) 방식이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매년 1월 초 한 해의 수주 목표치를 발표해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일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135억달러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연간 목표 발표가 조선사 간 과당 경쟁을 부른다고 보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저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국 조선사의 성장으로 수주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지난해 조선 3사 중 수주 목표를 채운 곳은 HD한국조선해양뿐이다. 한화오션은 40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 69억8000만달러의 57.3%에 그쳤다. 2022년에도 연간 수주 목표 달성률은 28.1%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오션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하고 있는 만큼 자칫 수주 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