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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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조달된 자금이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콩 주식시장 침체와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 중국 당국의 규제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홍콩의 오랜 명성도 흔들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23년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신규 IPO와 2차 상장을 통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58억8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첫해인 2020년 홍콩에서 상장을 통한 총모금액은 516억달러에 달했다. 3년 만에 IPO 규모가 88% 넘게 쪼그라든 것이다.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불리는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도시로 꼽혔다.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은 최고의 자금 조달 장소로 홍콩을 선호했다.
홍콩 항셍지수. 출처=야후파이낸스
홍콩 항셍지수. 출처=야후파이낸스
하지만 홍콩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상장하는 기업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홍콩 항셍지수는 작년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케네스 차우 씨티그룹 아시아 자본시장 공동 대표는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들은 지출을 절제하고, 현금을 아끼고 있다"며 "IPO 시장이 다시 활발해지려면 중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했다. 2020년 중국이 홍콩에 광범위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무역 지위를 박탈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한 것도 홍콩 IPO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중국 당국은 최근 기업들의 IPO 신청을 재빠르게 승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홍콩이나 뉴욕에 상장하려는 기업의 IPO 신청서 72건을 모두 지연 없이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홍콩 IPO 시장이 바닥을 찍고 올해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회계감사·컨설팅 펌인 PwC는 올해 홍콩 시장에서 80개 기업이 상장에 나서면서 지난해 두배 수준인 총 1000억 홍콩달러(16조78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셀리나 청 UBS 아시아 자본시장 공동책임자는 "중국의 고무적인 성장률 지표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내 소비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고, 중국 증권 규제 당국이 일관된 속도로 더 많은 거래를 승인하면 홍콩 주식 시장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