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에 수입 다변화 외면
차량용 요소 中비중 90%로 커져
정부 내 컨트롤타워는 불분명
공급망법, 15개월째 국회서 낮잠

정부가 ‘한국을 겨냥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는 중국 당국의 말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하다 이날 수입처 다변화 대책을 내놓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차량용 요소, 중국 의존도 더 커져

중국산 요소는 카타르 독일 베트남 등 다른 요소 수출국보다 가격이 20%가량 싸다.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를 지원하지 않는 한 기업들로선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차량용 요소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90%를 넘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선 중국이 요소 수출을 조금만 통제해도 국내에선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찾아간 서울 도봉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평소 하루 1~2개 팔리던 요소수가 이틀 전부터 6~7개가량 나가고 있다”며 “주유 차량에만 1개씩 팔고 있는데도 재고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요소수를 구입하러 온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재고가 소진됐다고 하니 ‘몰래 빼돌린 것 아니냐’며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주문 폭증으로 택배 서비스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요소수) 주문 후 배송까지 15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대책을 내놨지만 △추가 물량 수입 △수급 상황 모니터링 △중국과의 외교적 협의 지속 등은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 대책과 ‘판박이’다.
○컨트롤타워도 불확실
정부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초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국 내 요소 수급 상황을 감안해 수출 통제를 사실상 지시하거나 용인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중국 비료업체들 사이에선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이 금지되고 내년 전체로도 올해보다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일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요소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망을 밀착 관리하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도 불명확하다. 이날 요소 수급 대책 브리핑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따로 열었다. 컨트롤타워 부처가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라 부처가 각각 대응하는 식이 된 것이다. 중국 외 국가로 수입처를 다변화할 때 정부가 물류비 등을 추가 지원하는 문제를 두고 산업부와 기재부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인 것도 이 과정에서다.
공급망 기본법(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재부 산하에 컨트롤타워격인 공급망안정위원회를 설치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이 관련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 의원들이 정쟁에 매몰돼 법안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박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