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 알리·테무의 공습
한국 기업이 개발한 완구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아이템은 ‘그립볼’일 것이다. 1991년 한 중소기업이 내놓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그해 세계 최다 판매 완구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그립볼이 뭐냐고? 벨크로(찍찍이)로 된 원형 판을 글러브처럼 손에 끼고, 캐치볼 하듯 공을 주고받는 놀이기구라고 하면 다들 알 것이다. 지금도 이 완구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제품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걸 만든 국내 기업은 2년 후 부도를 맞았고 제품 명칭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산 모조품이 수출 시장과 국내 시장을 잠식한 탓이다.

30년 전 완구로 시작한 중국산의 국내 침공은 이제 전 산업을 집어삼킬 기세다. 주요 소비재에 이어 산업용 부품까지 장악하더니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 플랫폼 등 유통산업 전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 선두에는 각각 중국 1, 2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핀둬둬의 쇼핑 앱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산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저질 제품이 많았고 고객서비스(CS) 부문의 악명도 높았던 영향이다. 중간 유통 기업들이 검증된 제품을 골라 국내 쇼핑몰에 들여와 파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품질에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붙자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자국 쇼핑 앱을 통해 각국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중국 직구 앱의 인기는 열풍 수준이다. 알리의 국내 사용자는 지난 10월 기준 613만 명으로 1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 7월 국내에 상륙한 테무도 사용자가 265만 명에 달한다.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했더니 가격 경쟁력은 더 무시무시해졌다. 중고 제품을 싼값에 사고파는 당근마켓에서 중국에서 직구한 새 제품을 되파는 게 유행할 정도다. 그 ‘극강의 가성비’에 대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면 국내 내수시장 전체를 온전히 내줄 판이다.

고경봉 논설위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