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화가 나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을 훼손한 아내가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동거인' 소리에 발끈 부부사진 훼손한 아내에 벌금형 선고유예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원재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3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했다고 8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2020년 5월 12일 자기 집에서 남편 B씨가 자신을 '동거인'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화가 나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 1장을 문구용 가위로 자르고 3장을 매직펜으로 색칠해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진들에 담긴 추억 가치의 훼손이 거의 없고, 추억 가치가 훼손됐더라도 원상회복이 가능해 자신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손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물손괴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법원은 그러나 A씨 행위가 재물에 해당하는 사진들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해 물리적 상태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훼손된 사진들은 모두 A씨와 B씨 부부에 관한 것이어서 A씨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행사 대상에만 해당한다고 볼 순 없다고 봤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사진들을 손괴한 것은 잘못이지만 범행을 인정하는 점, 범행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