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왼쪽)이 지난해 11월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매사추세츠공대 에너지 이니셔티브(MITEI)와 에너지 분야 교육 및 연구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켄텍 제공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왼쪽)이 지난해 11월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매사추세츠공대 에너지 이니셔티브(MITEI)와 에너지 분야 교육 및 연구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켄텍 제공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총장 윤의준)가 개교 1년 만에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커나가고 있다. 켄텍 연구진은 지난해 1년 동안 총 356편의 논문 및 학술발표와 함께 25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수소 촉매 등 5개 분야에서 교원 창업에 나섰다. ‘신생 대학의 성과치곤 놀랍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개교 2년 차를 맞은 켄텍은 국내외 기업 및 기관과의 연구 협업을 늘려가는 동시에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을 세계에서 세 번째(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연구를 위한 기반시설 구축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1년 만에 상위권 대학 연구 성과 창출

하늘에서 본 한국에너지공과대 전경.  켄텍 제공
하늘에서 본 한국에너지공과대 전경. 켄텍 제공
켄텍은 지난해 3월 에너지 분야 연구 특성화 대학으로 출범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켄텍은 연구비 수주 및 논문·학술발표 실적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켄텍은 지난해 외부수탁연구비로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2022년 대학 공시, 교외연구비 기준)에서 평균 2억8000만원을 기록해 개교 첫해에 국내 대학 10위를 차지했다. 켄텍의 연구진은 지난해에만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자매지 포함)에 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술지 영향력이 큰 국제학술지에도 171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교원 논문을 자체 분석한 결과, 논문 영향력 지수(IF)가 논문 한 편당 평균 11 이상을 기록했다.

켄텍 관계자는 “통상 이 지수가 10을 넘으면 ‘최우수 논문’으로 간주하는데, IF가 11을 넘었다는 것은 켄텍 교수진이 매우 우수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켄텍은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개발 및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25건의 특허 출원과 함께 수전해 및 나노튜브 합성 등 5건의 기술 이전을 통해 24억5000만원의 수입을 창출했다. 수소 촉매와 수소 액화, 바이오 플라스틱 등 5개 분야에서 교원 창업을 통한 기술 상용화도 시도하고 있다.

신생 대학으로 1년여 만에 70여 곳의 국내외 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조합은 지난해 수소 분야에선 세계 첫 해외 공동연구소를 켄텍에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선 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분야를 공동 연구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MITEI와 세계 최대 전력연구소인 미국 EPRI와도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인공지능(AI), 차세대 전력망에 대한 연구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선 SK E&S, HD한국조선해양, STX에너지솔루션, GS건설, 삼양사, LS일렉트릭 등 에너지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에너지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6개 특화 분야로 나눠 연구

한국에너지공과대와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켄텍홀에서 열린 ‘수소 에너지 FIP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켄텍 제공
한국에너지공과대와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켄텍홀에서 열린 ‘수소 에너지 FIP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켄텍 제공
켄텍은 △에너지 AI △차세대 전력망 △수소 에너지 △에너지 신소재 △환경·기후기술 △핵에너지 등 6개 특화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한 분야들이다.

켄텍은 학내에 그린 허브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디지털 변전소를 구축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계통 연계용 반도체 변압기(SST)로 구성한 변전소는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전원을 제어가 가능한 전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 기존 한전 송전 계통을 활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마이크로그리드망 구축이 가능하다. 다가오는 분산 전력망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신(新)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의 전력망 연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켄텍은 차세대 전력망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및 직류 부하 증가로 인한 전력망 내 하이브리드(직류·교류) 전력망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켄텍은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발전 연구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핵융합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 핵융합 전력 생산 실증로’용 초전도 도체 개발을 위해 16테슬라급 고자기장에서의 초전도 도체 성능시험 설비 구축 연구를 시작했다. 환경·기후기술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태양광으로 에너지 자원화하고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유·무기 폐자원으로부터 연료 및 2차전지 등의 에너지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 등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순환경제형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청정 대기환경 조성을 위해 대기 중 미세먼지의 전구체와 코로나 등의 병원균을 태양광을 활용해 제거하는 기술 실용화도 연구 중이다.

○최첨단 장비로 연구개발 차별화

켄텍은 개교 이후 최첨단 연구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장비는 30~300㎸의 가속 전압을 30분 이내로 변경하거나 안정화할 수 있어 시료의 특성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또 최신형 이중 구면 수차 보정기를 탑재해 원자 단위 소재의 이미지 확보도 가능하다. 켄텍은 이뿐 아니라 X선 회절분석기, X선 광전자분광기, 전계방사 주사현미경, 원자현미경 등 다양한 분석 장비를 공용장비센터에 구축해 개방형 연구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앞두고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의한 한계 돌파가 절실하다”며 “켄텍은 우수한 연구진 확보는 물론 연구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 미래 에너지 연구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