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전력망 기술개발·인력양성…무탄소 에너지로 전환 이끈다
1948년 5월 북한의 일방적인 단전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전력 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 후로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를 국민에게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나라로 올라섰다.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큰 힘이 됐다.

이제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지구온난화를 막아 보고자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온 우리나라 전력망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전력망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전 세계 14번째로 이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국제 사회에 표명했다. 지난 6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해 분산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분산 에너지 중심의 지역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류 전력 시스템에 직류 전력 기술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또한 전력망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술적 혁신이 바탕이 돼야만 안전하고 강건한 미래 전력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는 여기에 필요한 혁신적인 전력망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모바일 그린 허브 스테이션은 미래 전력망 기술의 대표 사례다. 모듈형으로 구성한 분산 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인 모바일 그린 허브 스테이션은 분산 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해 전력망의 분산 에너지 수용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또한 모듈형으로 설계돼 다양한 형태로 구성한 뒤 필요한 지점에 쉽게 설치·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바일 그린 허브 스테이션은 앞으로 대규모 분산 에너지의 접속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력망에서는 AI 및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기안전관리 기술도 꼭 필요하다. 분산 에너지 자원과 새로운 전기설비가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신속한 비상 상황 대응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안전 플랫폼 구축과 더불어 안전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의 육성 또한 중요하다.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나 전기차 충전기와 같은 설비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전기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켄텍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전공 지식을 학습하도록 하고 현장 파견 경험을 통해 실무 감각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내는 통합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다. 수많은 국가가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켄텍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가 가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롭게 열리고 있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