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짜리 초단기 대출인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올 들어 개인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주식시장 하락세가 지속되자 강제로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투자자가 속출한 것이다.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이런 반대매매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매매 하루 5257억…'빚투 개미' 곡소리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5257억원이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4월 이후 17년 만의 최대다. 지난달 일평균(510억원) 반대매매의 10배 규모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6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 비중이 69%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수거래 대금(1조13억원)의 69%를 갚지 못해 강제로 처분당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반대매매 비중 최고치는 23%(10월 27일)에 그쳤다.

올 들어 반대매매가 늘어나긴 했지만 많아도 하루 5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던 반대매매가 지난 18일 2767억원(반대매매 비중 53.5%)으로 불어나면서 신기록을 세우더니 19일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틀간 쏟아진 반대매매는 8024억원으로, 작년 4분기(10월 1일~12월 30일) 전체 반대매매(8365억원) 규모에 육박했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이날(20일)도 반대매매는 상당한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급락한 상태에서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원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깡통계좌’도 속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원금 200만원으로 미수거래를 통해 1000만원어치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마이너스 계좌가 된다.

증권가는 개인들이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미수거래를 했는데, 주가가 급락해 반대매매가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미수거래는 주식 매매 후 3거래일 안에 돈을 갚는 대출이다. 20~40% 증거금률로 원금의 최대 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만기 3개월 안팎인 신용대출과 비교하면 초단기 대출이다. 미수거래 대금이 3거래일 안에 상환되지 않으면 통상 증거금을 높이라는 요청을 받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수거래는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을 때 이용하는 단기 대출”이라며 “많은 개인이 증시가 저점이라고 판단해 미수거래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4월 무더기 주가폭락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차액결제계좌(CFD) 개설을 중단하고 신용대출 요건을 높이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미수거래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