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700억엔(약 6300억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했다. 외평채를 엔화로 발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엔화 표시 외평채를 3·5·7·10년 만기로 나눠 발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3년 만기 330억엔, 5년 만기 235억엔, 7년 만기 70억엔, 10년 만기 65억엔 등 규모다. 만기별 발행 규모를 감안한 평균금리는 연 0.70% 수준이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 표시 국채다. 외환시장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정부는 그간 달러와 유로화 위주로 외평채를 발행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화 확보를 위해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기관투자가가 아니라 재일동포가 대상이었다. 일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 현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양국은 2015년 이후 8년 만에 한·일 통화스와프(100억달러 규모)를 복원하며 금융 협력의 물꼬를 텄다.

기재부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 표시로 외평채를 발행해 외환보유액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으로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신뢰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재부는 “일본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중동 금융기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국제기구 등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가 대규모 투자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