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의 임상 1상 후속 데이터를 ‘2023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ISALC 2023 WCLC)에서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BBT-176은 4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 티로신인산화효소억제제(TKI)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1일 1회에서 1일 2회로 BBT-176의 복용 주기를 변경하고 관찰했다. 지난 5월말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학술적 논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일부 증례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 1상 후속 연구 발표는 임선민 연세암병원 페암센터 교수가 맡았다. BBT-176의 1일 2회 복용 결과로 개선된 내약성 및 복양순응도와 함께 해당 용법 투약군에서 관찰된 부분관해(PR) 신규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부분관해는 암 크기가 치료 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을 말한다.브릿지바이오는 BBT-176의 임상을 진행하며 환자의 혈액 검체에 기반해 유전 변이를 지속 관찰하는 액체생검 방식의 분석을 병행했다. 이번 발표에서 그 결과인 임상 참여 환자의 분자유전학적 반응 및 그 유형도 소개했다. BBT-176이 표적하는 C797S 포함 DTC 삼중 돌연변이 동반 환자는 1일 2회 용법에서 최대 83%까지 EGFR을 포함한 혈액 내 DNA 분율 감소가 나타났다. 방사선학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준의 종양 밀도 감소를 확인했다.임상 1·2상의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약물 안전성 결과도 공개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임상결과에서 용량에 비례하는 안정적인 약동학적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동일 계열 약물에서 예측 가능한 부작용 사례가 집계됐다.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비소세포폐암에서 3세대 EGFR 저해제 치료 이후 발생하는 변이에 대해 승인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다양한 내성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신규 4세대 EGFR 저해제 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가 될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BBT-176은 2021년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약 임상개발’ 부문 지원 과제로 선정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지원을 받고 있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한국에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서범석 루닛 대표(사진)는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에서 세계적 유통 채널을 확보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판매할 수 있던 비결을 설명했다. 루닛은 암을 진단하고 정확히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다.이미 기반을 가진 하드웨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유통 창구를 확보하자는 서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그는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장치 등을 납품하는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하거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처럼 의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루닛의 제품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세계적으로 2500여곳의 의료기관에 루닛의 제품이 도입돼 있다. 서 대표는 "해외 비중이 80~90%로 글로벌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은 성공적"이라며 "지난해 1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 국가암검진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국가 주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환자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치료가 좋을지 판단하는 '루닛 스코프'는 신약개발 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로 불리는 정밀의료 영역에서 AI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예를 들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주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죽이도록 유도한다. 이 때 조직 주변을 면밀히 분석하는데 AI를 활용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서 대표는 "극단적으로 암 조직 옆에 면역세포가 없으면 면역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며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 분포와 종류를 파악하는 바이오마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루닛 스코프는 협업 중인 제약사의 신약 출시 일정에 맞추고 있다. 병원에서 특정 약을 처방할 때 루닛 스코프로 검사를 하게 된다. 신약개발에 실패할 위험이 있지만 한 번 승인되면 시장성이 크다. 서 대표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AI로 환자군을 추리면 항암제 반응률을 높일 수 있어 인허가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루닛은 현재 20여 개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 계약을 맺거나 협업을 논의 중이다. 서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임상 1·2상에서 반응률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확인 중"이라며 "1년 안에 충분히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루닛이 암 진단 정확도가 100%에 가까운 자율형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선다. 수년 내에 AI를 통해 암 정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했다.서범석 루닛 대표는 11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3’에서 “의료영상 분석 AI ‘루닛 인사이트’로 암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끌어올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대표는 “암 환자의 생존율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암을 정복하려면 조기 진단과 정밀의료가 중요하며, AI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과 유방 3차원(3D) 촬영 영상을 분석해 암을 판독해 내는 솔루션이다. AI를 통해 영상 판독의 정확도를 기존보다 20% 높이고, 초기 암 진단도 가능해 암환자 생존율을 1.4~4.3배 높일 수 있다.서 대표는 “AI 알고리즘이 수백만 개의 환자 진단 케이스를 학습했다”며 “사람보다 정확하게 영상을 판독할 수 있다”고 했다. 루닛은 판독 정확도가 100%에 가까운 ‘자율형 AI’뿐 아니라 전신 암 진단 AI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미국 머크(MSD)의 블록버스터 신약 키트루다가 듣는 암 종류는 30% 수준”이라며 “이중항체를 활용해 키트루다가 정복하지 못한 암을 치료하겠다”고 말했다.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는 몸속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 하나에만 작용한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타깃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한다. 그만큼 더 뛰어난 효능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계획(IND) 승인을 받고 첫 환자 투여를 앞두고 있다.김유림/오현아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