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 사익 안 취해…구속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심사받을 것"
성남FC·대장동 이어 4번째…조서열람 포함 자정 전 마무리 전망
이재명 '백현동 의혹' 검찰 조사…30쪽 진술서로 혐의 전면부인(종합2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은 네 번째 조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검찰 측에선 최재순(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 등 2명의 검사가, 이 대표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가 참석했다.

검찰은 300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해 백현동 개발 과정 인허가 특혜 의혹, 재판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30쪽 분량 진술서를 내고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전 조사를 마친 후 청사 인근에서 배달시킨 곰탕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이날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조사처럼 이 대표가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거부할 경우 1∼2시간 가량 조서열람을 마친 뒤 청사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사량이 방대한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재명 '백현동 의혹' 검찰 조사…30쪽 진술서로 혐의 전면부인(종합2보)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들이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백현동 부지는 공영개발을 전제로 도시계획 지침이 마련됐고, 이 대표 역시 시장 선거 때 여러 차례 공영개발을 공약해왔음에도 돌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은 축소되고, 높이 50m의 초대형 옹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민간업자에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하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게 한 것으로 본다.

검찰 관계자는 "공영개발이 돼야 할 곳인데 공사 참여를 배제시켜 정당하게 확보할 개발 이익을 포기하고 개발 사업자에 귀속되게 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또 "'1원의 사익도 추구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발언) 부분은 배임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배임 액수에 대해서는 "성남시가 확보할 수 있는 이익임에도 의도적으로 포기한 부분을 기초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 등이 가져간 개발 이익 일부를 이 대표가 공유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금품을 전달받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시장이 개입한 정황이 있어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김 전 대표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측이 내세운 증인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고, 증언 과정에서 이 대표가 종용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증인이 백현동 개발 과정에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 후 사안의 중대성, 답변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이재명 '백현동 의혹' 검찰 조사…30쪽 진술서로 혐의 전면부인(종합2보)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읽으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항변했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이라며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십일홍"이라며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또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백현동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 감사 결과 특혜가 확인됐고, 수사 의뢰 후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된 결과를 토대로 수사한 것"이라며 "정치 수사로 폄훼하는 것은 수사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