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이 전경련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이솔 기자
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이 전경련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이솔 기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전경련 임시총회를 앞두고 삼성이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다른 그룹들도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4대그룹의 ‘동시 복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류진 회장이 이끌게 될 한국경제인협회에 복귀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그룹마다 복귀 시점에 대한 온도 차가 있는 데다 의사결정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 준법감시위 22일 전 열 듯

4대그룹, 7년 만에 전경련 복귀 '가닥'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8일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22일 전에 임시회의를 열기로 했다”며 “전경련 임시총회보다 앞서 준법감시위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6년 미르재단 사태 등으로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이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사로 남아 있다. 전경련이 임시총회에서 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안을 의결하면 자연스럽게 통합 기관인 한경협 회원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복귀와 관련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들이 이를 논의하고 심사할 계획이다. 준법감시위 심사가 끝나면 삼성전자 등 해당 계열사들은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복귀 안건을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각 그룹의 재가입이 바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현대차·LG도 순차적 합류할 듯

삼성의 행보는 다른 그룹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경련 복귀에 일단 긍정적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5개 계열사가 한경연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한경연이 전경련에 흡수통합돼 한경협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따로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과 LG그룹은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를 비롯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이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는 SK그룹은 삼성그룹의 행보와 상관없이 복귀 여부를 포함한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LG전자 등이 한경연 회원사인 LG그룹은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따져본 뒤 내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4대그룹이 시차를 두고 따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명분·국정감사가 막판 변수

4대그룹이 전경련 복귀 시점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지만, 신중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2016년 총수들이 직접 탈퇴 의사를 밝힌 만큼 복귀에 분명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게 저변에 깔린 기류다. 전경련이 기관명을 바꾸고 회장을 새로 선출하는 것 이상의 혁신적 조치를 내놔야 복귀 명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정기국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감사가 예정된 정기국회 전에 4대그룹이 복귀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4대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요청해 국회로 불러들일 우려가 있어서다. 4대그룹의 또 다른 임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경련 복귀와 관련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경우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임시총회에서 지난 5월 내놓은 혁신안과 관련한 정관 변경 등을 논의하고, 윤리헌장을 공표한다.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기능을 할 윤리경영위원회도 꾸린다.

김재후/황정수/김일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