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개인 카드 결제·가족여행…"회삿돈으로 호화생활"
'200억대 횡령' 백광산업 김성훈 전 대표 구속기소
막힌 하수관을 뚫는 '트래펑' 제조사 백광산업의 최대 주주인 김성훈(55) 전 대표가 2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김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분식회계 공범으로 지목된 회계 담당 임원 박모(63)씨와 회사 법인은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백광산업 자금 229억여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회계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대표는 2011년부터 올해 4월까지 회사 자금 약 169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본인과 가족의 신용카드 대금과 증여세 등을 납부하고, 회사 법인카드로 가족 해외여행 경비 20억원 등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주거지 가구비, 배우자 개인 운전기사 급여, 자녀 유학비 등도 회삿돈으로 충당하고 22억원 상당의 골프 및 콘도 회원권 등도 구입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인출된 회삿돈을 특수관계회사에 대한 대여금으로 허위 계상하는 등 거짓 공시를 하고, 백광산업 외부감사인에게 허위 내용의 '채권채무 잔액 조회서'를 회신하도록 지시해 회계감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20년 3월부터 3년여간 직원을 시켜 횡령한 현금의 구체적 출납 경위가 적힌 전표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 수사 참고 자료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뒤 지난달 20일 김 전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주 일가가 상장회사의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범행은 기업의 건전성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범죄"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기업 비리 사범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올해 6월 기준 백광산업 지분 22.6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