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하기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업계에 대한 자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자금 고갈로 사실상 연구개발을 멈춘 ‘좀비 기업’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1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51억원) 대비 62.5% 감소했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 부진으로 ‘바이오가 돈 되던 시절은 끝났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실탄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야심차게 준비한 메가펀드가 결성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5000억원을 모으려 했던 K바이오·백신펀드는 1800억원으로 규모가 쪼그라들었고, 출범 시기도 반년 이상 늦어졌다.

투자 재화가 한정되다 보니 신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지키기 위해 후속투자를 하는 게 최우선 순위여서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VC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VC의 ‘돈줄’이 막힌 사이 바이오업계는 ‘폐업 직전’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 연구과제 등으로 연명하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강민수 키움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지난해엔 투자 기업 중 20%가 위기 단계였는데, 올해엔 고사 직전 기업이 50%로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며 “청산하거나 연구인력을 줄이고 버티는 좀비 기업이 되는 게 남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