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걸려 온 전화번호 앞자리를 ‘070’에서 ‘010’으로 바꿀 수 있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발신 번호를 변작하는 조직을 수사해 중계기 사무실 총책 A씨(31) 등 20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합수단은 국가정보원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에 들어갔다. 합수단은 중국 조직원 휴대폰 번호를 특정해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 중계기를 유통·관리하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4월 중계기 운영자를 구속한 다음 추가 수사를 벌여 나머지 조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일당은 중국에 있는 총책을 중심으로 중계기 운영자를 모집하는 모집책, 중계기 사무실 관리책, 대포 유심 공급책, 무선 라우터 공급책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활용한 중계기 사무실만 26곳에 달했다. 이들은 중국 총책의 지시로 보이스피싱 범죄와 더불어 필로폰 등 마약도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은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범행에 사용된 중계기 621개와 대포 유심 2832개, 휴대폰 100개, 무선 라우터 682개 등을 압수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해서도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식/안정훈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