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지 않은 수상한 우편물이 대만에서 국내로 무작위 유포돼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대전 경남 제주 등 전국에서 정체불명의 괴소포를 수신했다는 신고가 동시다발로 이어지고 있다. 나흘간 접수된 112 신고만 2000건에 육박한다. 울산에서 소포를 개봉한 사람들은 팔 저림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도 비슷한 소포가 발견돼 21일 오후 약 1700명이 대피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괴소포들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포장지에 ‘CHUNGHWA POST’가 쓰여 있고, 발신지는 대부분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으로 표시된 게 특징이다. 소포 안에는 립밤 등 잡동사니가 들어 있거나 아예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에선 냄새 없는 흰색 반죽과 가루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찰과 국방과학연구소, 군 생물테러대응팀 등의 정밀 분석에선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관계 당국은 수거한 소포를 신속히 전수 검사해 국민 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괴소포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대만에선 이들 소포의 최초 발송지가 중국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우리 부총리 격인 대만 행정원 부원장은 그제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소포가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 우편으로 발송됐고 대만 우체국(중화우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로선 대만과 협력해 발송지와 발송자를 추적하는 한편 중국에는 진상 파악과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는 게 시급하다. 일각에선 온라인 쇼핑몰 평점 조작을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익명의 다수에게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국민 불안이 증폭되는데도 정치권은 벌써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내외에서 온라인 쇼핑과 배송이 일상인 시대다. 최근엔 중국 쇼핑몰을 통한 해외 직구 급증으로 항공과 해상으로 중국발 배송품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북한 등 불순한 세력의 테러에 이번처럼 해외 우편물이 활용될 경우 입을 피해와 혼란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차제에 중국발 소포는 물론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상한 우편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