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국에 약 27만 전세 가구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빌라와 지방에서 가입 대상 제외 가구가 많았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세 가격을 낮춰야 해 결과적으로 역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196만 전세 가구 중 27만여 가구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에는 전체 전세 가구의 89.5%(175만 가구)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변경된 기준을 적용하면 75.7%(148만 가구)만 가입이 가능했다.

정부는 집값 대비 전세 보증금이 과도하게 높으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전셋값 기준을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26배로 낮춘 바 있다. 전세사기에 ‘무자본 갭투자’가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보증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가구는 수도권(11만7126가구)보다 지방(15만3823가구)이 더 많았다.

경북에서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가구 비율이 81.3%에서 49.2%로 크게 줄었다. 새 기준대로라면 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경북(49.1%), 충북(55%), 충남(54%), 울산(62.8%), 경남(63.4%)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형별로는 아파트보다 빌라가 받는 영향이 컸다. 특히 수도권 내 빌라의 경우 원래 88.9%가 가입 가능했지만, 이제는 63.4%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아파트는 보험 가입 가능 가구가 89.6%에서 81.1%로 상대적으로 덜 줄어들었다.

김광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증보험이 안 되는 매물은 세입자가 계약을 꺼린다”며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전세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역전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세 가격을 보증보험 한도 이내로 내리고, 초과하는 부분은 월세로 받는 반전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의원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지역별, 주택유형별, 가격별로 보증 보험 가입 기준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유오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