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드론 선점하자"…한화·LIG, 수주戰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업체가 국내 대(對)드론 체계 장비 수주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군당국이 북한의 드론과 무인기에 대응하는 대규모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 사업에 나서면서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까지 진입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달 말 육·해·공군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의 국내 구매 사업에 들어갔다. 방사청이 방산업체에 제시한 제안 요청을 보면 이번 사업 규모는 486억원에 달한다. 우선 안티드론 시스템이 시급히 필요한 중요 지역을 중심으로 22세트가량을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도심 지역과 공군의 주요 비행장 등이 포함됐다.

"안티드론 선점하자"…한화·LIG, 수주戰
군 관계자는 “상공에 뜬 무인기를 전투기 등 기존 체계로 격추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휴전선 인근에 촘촘히 안티드론 시스템을 설치해 놓으면 쉽게 북한 무인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도입하는 대드론 체계는 ‘전자 교란(재밍)’ 방식이다. 소형 무인기가 탐지되면 추적·식별한 후 재밍 등으로 무력화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적 무인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를 비롯해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 재머, 컴퓨터 장비 등이 합쳐져 한 세트로 구성된다.

적 무인기를 제압하는 방식에는 재밍으로 드론과 조종자 간의 통신을 끊는 ‘소프트킬’과 드론에 총탄, 레이저 등을 쏴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하드킬’ 방식이 있다. 군이 재밍 방식을 택한 것은 하드킬 방식을 사용할 경우 도심 상공에 출현한 드론 격추 시 파편·유탄 등으로 민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 이후에도 2025년께 무인기 위협 대응을 위한 대드론 사업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 입찰에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체는 안티드론 시스템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자체 안티드론 시스템인 ‘드론 복합방호체계 솔루션’(사진)을 갖췄다. 약 8㎞ 밖까지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비롯해 열상장비, 재머, 포획드론, 통합운영장치 등을 함께 운용해 적 드론에 대해 재밍을 하거나, 포획드론을 이용한 그물 포획 등을 할 수 있다.

LIG넥스원 역시 비슷한 대드론 방호시스템을 갖췄다. 이 회사의 ‘함정용 대드론 방호체계’는 적 드론의 재밍 가능 거리가 6㎞에 달한다. 현대위아, 에스원 등도 입찰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