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박병원 독자위원장 등 위원들은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는 소비자를 한경이 대변해줘야 한다”며 “포퓰리즘으로 인해 파산한 타다 사례처럼 소비자의 권리가 피해를 보는 다른 사례도 발굴해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손주형 서강대 학생,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 위원장,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대표.  강은구 기자
한경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박병원 독자위원장 등 위원들은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는 소비자를 한경이 대변해줘야 한다”며 “포퓰리즘으로 인해 파산한 타다 사례처럼 소비자의 권리가 피해를 보는 다른 사례도 발굴해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손주형 서강대 학생,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 위원장,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대표. 강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2차 회의가 지난달 29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4~6월 한경이 보도한 ‘타다 무죄 판결’ 기사를 비롯해 ‘위기의 공무원들’ 등 기획성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경이 5월 내놓은 문화예술 온라인 플랫폼 ‘아르떼’에 대한 첫 평가도 나왔다.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회 위원장(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주재로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범섭(자비스앤빌런즈 대표)·김우경(SK이노베이션 부사장)·박종민(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손주형(서강대 학생)·신관호(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인영(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위원 등이 참석했다.

심도 있는 기획기사에 호평

"타다 같은 혁신 피해사례 추가 발굴…저출산 문제 더 파고들어야"
위원들은 심층 분석 기사에 한경의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일자 대법원의 타다 무죄 확정 판결 내용을 다룬 기사가 대표적이다. 김우경 위원은 “타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제일 심도 있게 다룬 기사였다”며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해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타다 파산처럼 소비자 권리나 혁신이 피해를 보는 다른 산업계의 사례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김범섭 위원은 “‘혁신은 죄가 없다’는 제목이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겠다는 느낌까지 들 수 있도록 규제 영향 등에 대해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깊이 있게 다뤄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관호 위원은 지난달 7~9일자 위기의 공무원들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은 기사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정책을 집행한 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일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고 싶어도 결과가 나빠지면 책임질 일만 생기는 게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인영 위원은 지난달 1~3일자 엔비디아 대해부 기획 기사에 대해 “단순히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내다보며 매출의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게 주가 상승 요인이었다는 점이 의미 있게 읽혔다”고 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 왜 강한가’ ‘K라면 新전성시대’ 시리즈 기사가 호평을 받았다.

아르떼, 한경의 미래 방향성

위원들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한경이 나아갈 방향성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대중문화 콘텐츠가 비교적 적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박종민 위원은 “경제와 문화 간 유사성이 없을 것 같지만 접점이 있기 때문에 아르떼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클래식이나 뮤지컬 등을 주로 다루고 있어 보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문화적 장르가 섞이는 크로스오버가 대세”라며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는 저널리즘의 특성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경 위원도 “지난달 많은 언론사가 방탄소년단(BTS) 10주년을 크게 다룬 반면 한경은 관련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클래식 문화에 치우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박병원 위원장은 “매체를 불문하고 앞으로는 문화예술 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경그룹 차원에서 아르떼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후 비평보다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경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해외주식 정보 플랫폼 ‘글로벌마켓’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박 위원은 “독자들이 해외 경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해외 경제 상황과 전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특집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단순히 증시 상황을 다루는 것을 넘어 역사적 배경까지 가미했으면 한다”고 했다.

단어 사용에 주의 기울여야

위원들은 더욱 정교한 단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손주형 위원은 지난달 28일자 명동 상권을 다룬 기사와 관련해 “명동 물가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권리금과 재료비가 두 배 이상 오르고 길거리 음식의 평균 가격은 50% 올랐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을 ‘바가지’라고 프레임을 씌운 것이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도 “완전경쟁 상태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며 “바가지처럼 정의 불가능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은 4월 SG증권 창구를 통해 쏟아진 매물로 무더기 하한가가 속출한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 씨인데 마치 SG증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SG증권발(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은 “금융 관련 제도가 바뀌면 독자들은 용어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 요약 대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 지속적으로 다뤄주길

위원들은 저출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관련한 심층보도를 꾸준히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김도영 위원은 4월 18일자 ‘인구 5000만 명을 지키자’ 시리즈 기사와 관련해 “월 1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출산을 꺼린다는 내용의 여론조사가 인상 깊었다”며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률적인 정책 대신 소득수준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원인, 대책 등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고 더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방출하는 문제나 의사정원, 간호사법 등 주요 쟁점을 보도할 때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하려고 할 때는 확실하게 지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독자들이 비과학적인 사실이나 기득권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한경이 기득권에 가려진 소비자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우경 위원은 “원격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환자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일인 만큼 이런 부분을 심층적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영 위원도 “소비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며 “유명무실한 소비자보호단체 대신 언론이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경 2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손주형 서강대 언론홍보 4학년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오세천 LG전자 전무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 그룹장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