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차 노조의 퇴직자 할인판매 '억지 요구'
“소비자에게 결국 부담을 전가하는 퇴직자 차량 할인제도를 확대하자고 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26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회사 노조를 이같이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모비스 등 계열사까지 덩달아 퇴직자 차량 할인제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올해 유독 이 문제가 임단협에서 중요한 안건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근속 25년 이상의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명예 사원증’을 부여하고 퇴직 이후 평생 2년마다 신차 25%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조합원이 가장 많이 선택한다는 5000만원짜리 싼타페를 2년마다 37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할인 규모다.

워낙 싸게 구매하다 보니 2년 타고 나서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중고차 테크’도 가능해 조합원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이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회사로서는 차를 손해 보고 파는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퇴직자 판매로 손실 보는 만큼 차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할인 혜택 연령을 평생에서 75세로 하향 △구입연한(주기)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을 올해 임단협에서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되레 강화된 안을 들고나왔다. 다른 조건은 그대로 놔둔 채 명예 사원증 부여 기준을 ‘근속 25년’에서 ‘모든 정년 퇴직자’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다. 불법파견 소송 등을 치르다 회사와 합의해 현대차 정직원으로 ‘특별 채용’된 하청 출신 근로자들을 위한 요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 근속 기간을 전부 인정받지 못해 근속 25년에 못 미치는 이들 하청 출신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늘려 달라는 주장이다. 특별채용자 규모는 9500명에 달한다. 현대차 측 계산에 따르면 이 경우 최대 1조3300억원의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

현대차가 퇴직자 할인 혜택에 따른 재무적인 부담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대차 정년퇴직자는 올해 2375명에서 2026년 2665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이러다 보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퇴직자의 처우를 재직자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인 ‘임단협’ 대상으로 삼는 게 정당한지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몰락한 주요 요인으로 퇴직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꼽힌다. 회사가 GM의 전철을 밟는 게 현대차 노조의 바람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