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현지 전문가들과 간담회…"여성 사회활동 지원, 비용아닌 투자" 등 조언 들어
스웨덴 인구·노동·교육정책 귀기울인 한총리 "굉장히 인상적"
"여성의 사회활동을 돕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해야 합니다.

"
유럽 4개국 순방 두번 째 국가인 스웨덴을 방문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현지시간) 스톡홀름 그랜드 호텔에서 진행한 교육·노동·인구정책 간담회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노사갈등과 관련해 스웨덴 정부 당국자들에게서 이 같은 조언을 들었다.

간담회에는 안나 페테르숀 베스텔베리 사회현안부 노인복지담당 차관, 토미 라겔그리언 교육청 학교시스템개선국 국장, 하스미나 홉스타디우스 고용부 노동시장국 과장, 최연혁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요아킴 팔메 웁살라대학교 정치사회학과 교수 등 스웨덴 정부 당국자와 현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총리실은 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참석 후 스웨덴, 오스트리아,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한 총리의 이번 순방을 준비하면서 스웨덴 측에 이 같은 간담회 마련을 특별히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의 극심한 저출생과 입시경쟁, 노사갈등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이 분야 모범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당국자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한 총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 종료 후 동행 기자단과 만난 한 총리는 스웨덴의 저출생 정책과 관련, "여성의 경력 단절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여성이 마음 놓고 사회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마음 놓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지 세금을 걷어서 쓰는 비용 문제가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인구·노동·교육정책 귀기울인 한총리 "굉장히 인상적"
그는 유아교육·보육 통합 등 한국의 저출생 정책을 추진할 때 이와 같은 생각의 전환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보육서비스 등의 확대를 우리 경제를 더 크게 번영하게 만드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런 쪽의 생각은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우리는 저출생이 '나라가 축소되는 것'이라는 문제로만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당국자들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기존 직업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실업자 급여를 적절하게 지급하면서 기술교육을 진행해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 총리는 전했다.

한 총리는 "한국도 이 같은 제도가 이미 잘 돼 있다"면서도 "아직 우리 인식이 이미 있던 직장을 구조조정으로 떠났을 때 다른 직업의 훈련을 받아 일한다는 것을 익숙하지 않게 느끼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부족 상황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민 확대에 대해 스웨덴 당국자들은 "이민자들이 기존 시민과 통합하게 할 수 있는지도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며 "이민은 통제 범위 안에서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 총리는 소개했다.

스웨덴 인구·노동·교육정책 귀기울인 한총리 "굉장히 인상적"
한 총리는 한국에서 대학교 입학이 인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되는 반면 스웨덴에서는 '두 번째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것에도 놀랐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대학교는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더라도 언제든 교육을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학교 재학생 나이가 한국은 19세에서 2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해 스웨덴은 20세에서 30세까지로 넓고, 대학 진학률이 한국은 73%지만 스웨덴은 40%대라는 것이 양국 국민의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 총리는 말했다.

스웨덴 당국자들은 '재원을 더 얻기 위해 한국에도 세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나'라는 한 총리 질문에는 "옛날에는 스웨덴이 그런 (세율이 높은) 국가로 작동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전체적 세율이 유럽연합(EU) 평균 정도"라고 답했다고 한 총리는 밝혔다.

전날 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 총리는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스웨덴에 머무른 뒤 다음 순방국인 오스트리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