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디오르' 러시아 대표 패션 디자이너 자이체프 사망
'소련의 크리스티앙 디오르'로 불렸던 러시아 대표 패션 디자이너 뱌체슬라프 자이체프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85세로 숨을 거뒀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TV 채널 페르비 카날은 "디자이너 뱌체슬라프 자이체프가 사망했다"면서 "그는 수십 년 동안 소련과 러시아 패션을 이끌었고, 대담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혁신가였다"고 경의를 표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의 스타일리스트 세르게이 즈베레프의 말을 인용해 "국제 패션계에 커다란 손실"이라고 전했다.

자이체프는 2016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관절에 문제가 생겨 최근 3년간은 거의 외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패션 하우스 대변인은 자이체프가 지난 3월 친구들과 생일을 축하했을 때 "우리는 이미 그가 매우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이체프는 1938년 3월 2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50㎞ 떨어진 이바노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에 전쟁 포로로 붙잡혔다.

소련 군인으로서 포로가 되는 것은 반역죄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혀 노동수용소에 갇혔다.

자이체프의 어머니는 일종의 연좌제로 인해 앞날이 가로막힌 아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자수를 가르쳐줬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1962년 모스크바 섬유 연구소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러시아의 전통 꽃무늬 패턴을 활용한 드레스로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잡지 '파리 매치'는 1963년 그에게 '소련의 크리스티앙 디오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자이체프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개최국인 소련 대표팀의 의상을 디자인했고, 1982년에는 '슬라바 자이체프 모스크바 패션 하우스'를 열어 독자 브랜드를 가진 최초의 소련 디자이너가 됐다.

자이체프는 서방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으나 소련 당국이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고인은 1986년에야 소련 밖을 나갈 수 있게 됐고, 파리에서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의 러시아 고객 중에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도 다수였다.

특히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부인 라이사의 후원이 자이체프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처 류드밀라도 자이체프의 고객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