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품 열풍과 주가 조작
한국에선 ‘luxury goods’를 ‘명품’으로 해석한다. 사전적 의미는 다르다. 사전을 찾아보면 luxury goods는 사치품(분수에 지나친 물품)이다. 명품(名品)은 번역하면 masterpiece(뛰어난 작품)다. 그렇다면 왜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명품업체들이 사치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마케팅에 방해가 될 것으로 보고 명품이란 단어를 도입했다고 한다.

마케팅 전략은 적중한 듯하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액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인당 325달러다. 중국과 미국의 1인당 지출액인 55달러, 280달러를 훨씬 웃돈다. 지난 24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시가총액이 유럽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데 한국이 일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한국인의 명품 선호 현상이 부(富)를 중시하는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가’란 질문에 ‘그렇다’는 한국인의 응답 비율은 60%로 가장 높았다. 중국(50%), 일본(40%)보다도 높다.

한국인은 부를 과시하는 것에도 관대한 편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22%만이 사치품 과시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중국인 38%, 일본인 45%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국은 지난 70여 년간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열망을 앞세워 압축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부자와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능력을 동일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배금주의와 한탕주의가 생겨났다. 요즘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주가조작 사건에 제법 알 만한 기업인과 연예인들이 연루된 것도 한 단면이다. 자신은 비밀번호조차 모른 채 계좌를 통째로 넘겨줬다고 하니 탐욕과 어리석음은 동전의 앞뒷면이 아닐까 싶다.

명품이 우리 인격과 사회적 지위에 비례하지 않듯이 대박에 대한 헛된 꿈도 부자가 되는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제법 많은 이들이 소중하게 가꿔온 명예를 잃을 것 같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