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한 결과 포스코가 사상 처음 재계 5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옥 앞을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최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한 결과 포스코가 사상 처음 재계 5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옥 앞을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최혁 기자
포스코가 198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처음으로 재계 5위로 올라섰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자산이 재평가되고 계열사의 2차전지 사업 호조로 자산이 급증한 결과다. 2010년 후 작년까지 5위였던 롯데는 올해 6위로 밀려났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로 이뤄진 ‘빅5 체제’가 13년 만에 깨진 것이다. 지난해 LG에서 분할된 LX와 2차전지 소재사 에코프로 등 여덟 곳은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이 됐다.

‘재계 빅5’ 13년 만에 깨져

2차전지 업은 포스코, 재계 빅5 첫 입성
공정위는 25일 지난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5월 1일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82곳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작년보다 6곳 늘었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총수 일가의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 계열사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또 이들 기업 중 자산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48곳)은 추가로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010년 후 계속된 5대 그룹 질서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 내부 순위가 변하긴 했지만 2010년 후 국내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였다. 하지만 올해는 포스코가 5위로 들어왔다. 포스코 자산총액은 지난해 96조3490억원에서 올해 132조660억원으로 35조원 넘게 증가했다.

포스코의 약진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자산 재평가에 더해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소재 계열사들의 자산 증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자산총액이 약 8조원 늘었지만 5위 수성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총수 기준 보완”

포스코와 롯데의 순위 바꿈을 빼면 ‘재계 톱10’에서 다른 순위 변동은 없었다. 삼성은 자산총액 486조4010억원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2위 SK(327조2540억원), 3위 현대차(270조8060억원), 4위 LG(171조2440억원) 순이었다. 올해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곳은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 등 여덟 곳이다. LX, 장금상선, 쿠팡 등 세 곳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 중 총수가 바뀐 곳은 DL이 유일했다. 외국 국적자 총수 지정은 여전히 논란이다. 이우현 OCI 회장은 올해 조사에서 미국 국적인 사실이 새로 알려졌지만 총수로 지정됐다. 반면 쿠팡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이 미국인이란 이유로 총수로 지정되지 않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우현 회장은 2018년 동일인(총수) 지정 후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지정에 반발하고 있다”며 “OCI와 달리 쿠팡은 의사결정 최상단 기업(쿠팡Inc)이 미국법인이라는 점에서 동일인 지정 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외국인인 경우의 지정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내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기준을 현행 ‘10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바꿀 방침이다.

박한신/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