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 원인' 질의도…법원행정처 "준비 부족" 인정
법관대표회의 "대법원 중요 규칙 개정 때 법관 의견 들어야"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국 법관 대표들이 향후 대법원 중요 규칙 등을 개정할 때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는 10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3년 상반기 정기회의를 열어 이 같은 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결된 의안은 '중요 대법원규칙 및 재판예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 법원행정처가 대표회의에 의견을 요청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원안에는 '법원행정처는 입법 예고에 앞서 대표회의에 의견을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논의 과정에서 '권고한다'로 수정됐다.

대표회의는 구체적인 의견 요청 절차와 대법원 규칙 반영 여부는 분과위원회 심의에 회부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심문 시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올해 2월 입법 예고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 기밀 유출 등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이날 법관 대표들은 지난달 2일 발생한 전산 장애의 발생 원인과 대응 경과 등을 법원행정처에 질의했다.

법원행정처는 "장애의 원인은 데이터베이스 작업 과정 전반에 수행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준비 부족으로 작업 도중 관리자 접근이 차단되고 작업 공간이 부족해지는 등 여러 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작업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DBA(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집단적 이직이 발생했다"며 "예산 범위에서 용역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최근 상승한 인건비를 따라가지 못해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대표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의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논의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조직으로 2018년 관련 규칙이 제정되면서 공식 기구가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 전 인사말에서 "상고 제도 개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폐지 등 대표회의에서 심도 있는 연구와 치열한 논의 결과가 사법 행정에 반영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대표회의가 법관들의 일상생활에 생동하는 민주적 대의기구로 더욱 확고히 뿌리내리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표회의 의장과 부의장에는 박원규(57·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 부장판사와 김규동(45·34기) 서울고법 고법판사가 선출됐다.

차기 대법관후보추천위원으로는 황성광 의정부지법 부장판사(44·34기)를 추천하는 안이 의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