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5일로 단축→격리·마스크 의무 해제→완전한 엔데믹
백신·치료제 올해 계속 무료…전문가들 "고위험군 보호 중요"
3단계 거쳐 코로나19 일상회복…"엔데믹은 빨라야 내년쯤"
방역당국이 29일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한 일상회복으로 가는 경로가 보다 구체화됐다.

확진자 격리 단축(7→5일)부터 시작해 격리 의무와 마스크 착용 의무의 완전 해제를 거친 후 독감과 같은 '엔데믹화'로 가는 3단계 로드맵인데, 마지막 단계 도달은 빨라야 내년이 될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 1단계 : 5월 WHO 결정 보며 위기단계 하향·격리 단축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전후로 도입된 방역조치는 이미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리두기, 입국 전후 검사, 실내외 마스크 의무 등이 단계적으로 해제됐다.

지금 남은 방역조치는 의료기관 등의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 정도이고, 정책적으로는 위기단계·감염병 등급 조정과 일반의료체계로의 완전한 전환 등이 남았다.

남은 조치들을 완화 또는 해제하는 첫 단계는 일단 5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월 말에서 5월 초 국제보건규칙 긴급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정부는 5월 11일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이를 즈음해 위기평가회의를 소집하고 유행 상황과 대응 역량 등을 검토해 현재 '심각'인 감염병 위기단계를 '경계'로 하향할지 결정하게 된다.

위기단계가 낮아지면 현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해 가동 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해체된다.
3단계 거쳐 코로나19 일상회복…"엔데믹은 빨라야 내년쯤"
1단계에선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한다.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BN.1의 전파 위험도가 이전 우세종 BA.5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데다 WHO도 무증상자 격리기간을 5일로 단축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격리 기간이 줄어도 현재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급되는 생활지원비는 유지된다.

입국 후 3일차 유전자증폭(PCR) 검사 권고도 사라지며, 현재 18곳인 임시선별검사소 운영도 중단된다.

아울러 현재 매일 집계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등 통계도 주간 단위로 전환한다.

◇ 2단계 : 감염병 등급 2→4급 조정…격리·마스크 의무 해제

2단계 조정은 1단계 조정 후 상황 평가와 현장 준비 등을 거쳐 이뤄진다.

2단계에선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재 2급에서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으로 전환된다.

코로나19는 유행 초기 에볼라 바이러스, 탄저 등과 같은 1급 감염병으로 관리되다 지난해 4월 홍역, 수두 등과 같은 2급으로 하향된 바 있다.

4급 감염병엔 독감, 노로바이러스, 수족구병 등이 있다.

5일로 단축된 확진자 격리 의무와 의료기관, 약국,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에 남아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돼 권고로 전환된다.

격리 의무가 없어지므로 재택치료자 관리도 종료된다.

현재 접종력에 따라 허용되고 있는 요양병원 등의 외출·외박도 전면 허용되며, 입국시 건강상태 질문서는 유증상자만 제출하면 된다.
3단계 거쳐 코로나19 일상회복…"엔데믹은 빨라야 내년쯤"
이 단계에선 코로나19가 일반의료체계로 전환되기 때문에 지정 병상 체계도 없어지고, 검사나 입원치료비, 생활지원비 지원이 축소되거나 종료된다.

수가 체계 개편 작업도 이뤄진다.

PCR 검사는 보건소가 아닌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받게 되는데, 고위험군 등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건보 적용시 개인 부담 PCR 검사비는 1만∼4만원으로 예상되며, 비급여일 경우는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입원 치료비의 경우 중증환자에 한해 본인 부담금 일부 지원을 유지하며, 생활지원비나 유급휴가비(종사자수 30인 미만 기업 대상) 등은 없어진다.

다만 2단계 이후에도 먹는 치료제나 연 1회 백신 접종은 계속 무료다.

이 단계에선 코로나19 확진자 감시가 전수 감시 체계에서 표본 감시 체계로 바뀐다.

확진자가 몇 명이 나왔는지 더는 알 수 없게 된다.

당국은 대신 주 1회 코로나19 검출률이나 추이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2단계 조정은 7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이후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위한 의료계와 지자체 등의 준비와 감시 체계 강화 등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1단계 시행 이후 두세달 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5월 초 정도에 1단계 조정을 하면 (2단계는) 7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3단계 거쳐 코로나19 일상회복…"엔데믹은 빨라야 내년쯤"
◇ 3단계 : 상시적 감염병 관리 단계…백신은 국가필수접종 전환


마지막 3단계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엔데믹'이 되는 단계다.

엔데믹(endemic)은 원래 '풍토병'을 뜻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특정 감염병이 자리를 잡아 주기적으로 유행한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해마다 겨울이면 유행이 돌아오는 독감처럼 코로나19도 상시적인 감염병으로 여기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선 코로나19 백신도 전 국민 무료 접종 대신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전환하는 것이 검토된다.

이 경우 필수접종 대상은 무료로 백신을 맞지만 나머지는 유료로 맞게 된다.

독감은 경우 노인과 어린이, 임신부가 무료 접종 대상이다.

중증환자에 한해 유지되던 입원치료비 지원도 종료되며, 치료제도 무상 공급이 끝나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일부 부담하게 된다.

백신과 치료제 가격은 도입 가격 변동 등의 변수가 있어서 지금 예측하긴 어렵다고 방역당국은 말했다.

3단계에는 내년쯤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치료제 건보 적용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전망했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3단계는 완전한 엔데믹인데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을 봤을 때 올해 안에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 판단이고 빨라도 내년은 돼야 하지 않나 한다"며 "준비되는 대로 빠르게 이행 단계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로드맵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선 고위험군 관리,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 등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의 코로나19 방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시민의식이 중요한데 우리 국민은 상당히 잘 훈련돼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고위험 시설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위기 하향 과정에서나 그 이후에 지난해 여름 유행보다 큰 규모의 재유행이 찾아올 경우 일률적 거리두기 없이 실내 마스크 한시 의무 전환, 임시선별검사소 재설치, 검역 강화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