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에 복귀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디즈니의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채용 동결 방침을 이어가고, 확장에 주력했던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 방향도 다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거 CEO는 이날 복귀 후 임직원들과 첫 타운홀 미팅을 열고 “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밥 체이펙 전 CEO가 물러나기 전 결정한 채용 동결에 대해서도 “현명한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바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적자를 감수하고 성장을 추구해 온 스트리밍 플랫폼도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틀겠다고 했다. 아이거 CEO는 이날 “공격적인 마케팅과 지출로 가입자를 쫓는 대신 수익성을 추구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원한 것은 없지만 현재 디즈니의 자산 상황에 만족한다”며 당분간 인수합병(M&A)이 없을 것을 시사했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에서 장기집권했던 인물이다. 그가 CEO로 재직하던 기간 디즈니는 픽사와 마블, 21세기 폭스, 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콘텐츠 제국’으로 부상했다.

그런 그가 다시 복귀한 것은 디즈니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디즈니는 지난 3분기에 스트리밍 사업 부문에서만 14억7000만달러(약 2조원)의 손실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의 배 이상이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다 대규모 적자를 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디즈니 주가는 올 들어 아이거 CEO가 복귀하기 전까지 40% 이상 떨어졌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