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시벨'이 시청각을 뒤흔드는 사운드 테러 액션으로 극장가에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데시벨' 언론배급시사회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황인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가 참석했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다. 움직임에 반응하고 시간에 영향을 받는 일반적인 폭탄의 성격에 소리라는 요소가 더해져 혼을 쏙 빼놓는 순간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황인호 감독은 "소리 폭탄이라는 게 일반 폭탄과는 달라서 주인공이라고 해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설계자는 폭탄으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그날을 다시 되새기면서 똑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제어할 수 없는 폭탄이 필요해 소리 폭탄을 설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래원과 이종석은 팽팽한 대립 구도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래원과 타깃을 궁지에 몰아넣는 이종석의 아슬아슬한 위협이 교차하며 강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김래원은 카 체이싱을 비롯해 수중 및 와이어 액션 등을 대역 없이 소화해 눈길을 끈다.
김래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액션 장면들이 많더라. 위험한 장면도 많아서 애초 대역을 쓰고, 자동차 신은 추격하면서 부딪히는 등 가벼운 사고 장면들이 있어 CG로 처리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욕심을 내다보니 내가 다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교적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잠수함 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조달환은 "김래원 배우와 동갑"이라면서 "김래원 배우는 현장 몰입도가 굉장히 높더라"고 말했다. 그는 "잠수함에서 유리를 깨는 장면이 있다. 진짜 유리니까 치지 말라고 했는데 김래원 배우가 리허설할 때 감정이 격해져서 실제로 쳐 손이 찢어졌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서로 논하는 장면에서도 손이 찢어졌다"고 전했다.
특종 취재 기자 역을 맡아 김래원과 함께 테러 사건에 맞서는 정상훈은 "너무 위험한 신들이 많아서 무서웠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스턴트 분들이 워낙 액션을 잘하는 전문가들이니까 잘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김래원 씨가 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 무서웠지만 같이 한다는 자체만으로 (좋았다). 또 내가 형이니까 쫄지 말자고 생각해 같이 액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으며 결속력이 많이 생겼다. 김래원 씨가 밤새 제 것을 짜와서 '형 좋은 아이디어 있다'면서 다음날 전해주곤 했다. 반대로 나도 그랬다. 서로 팀워크가 잘 맞았다"고 전했다.

김래원과 함께 영화의 큰 한 축을 담당하는 건 이종석이다. 이종석은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하고는 조금 다르게 저변에 슬픔이 깔린 캐릭터라 마냥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연기적으로 압축적인 인물이라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비중이 커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나리오 초고를 읽고 내가 하면 재밌을 만한 장면들이 있겠다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면서 "말투가 특징이 있는 스타일이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독님한테 많이 물어봤다"고 전했다.
박병은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요원 역으로 등장해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테러 사건에 얽힌 진실을 좇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난 혼자 다니는 캐릭터라 김래원, 정상훈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승조원들과 호흡하는 걸 보며 부러웠다. 하지만 인물을 표현하기에는 그런 환경이 도움이 됐다"면서 이종석과 달리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놀랐다. 시사회에 어머니, 아버지를 초대했는데 관람을 다시 취소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고민이 좀 크다"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상희는 부함장의 아내이자 EOD 폭탄 해체반 상사 역을 맡아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가 폭탄을 해체하는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상희는 "감독님이 EOD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알려줬고, 현장에서도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확신을 갖지 못할 때 항상 길잡이가 되어 줬다. 또 김래원 오빠와 많이 붙진 않았지만, 같이 촬영할 때 굉장히 좋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얘기해줘서 시선을 넓혀줬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찍었다. 난 복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차은우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은우는 해군 잠수함 음향 탐지 부사관 역을 맡았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차은우의 태도를 칭찬했다.

먼저 이종석은 "모두가 느끼듯 굉장히 '멋지다', '잘생겼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연기에 진지한 태도로 임해줘서 나도 같이 긴장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병은 역시 "차은우의 연기를 놀랄 정도로 잘 봤다"며 "영화 첫 시작부터 눈물을 흘리더라. 그만큼 작품에 감정이 많이 가 있었던 것 같다. 저런 감정이라면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를 통해 좋은 배우로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차은우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설레고 긴장된다. 김래원 형이 '처음 영화를 볼 땐 너한테만 집중할 수 있는데 흘러가는 대로 보라'고 얘기해줬다. 덕분에 내려놓고 편하게, 재밌게 봤다. 슬퍼서 몇 번 울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뜻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황 감독은 "복수극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에 대한 삶을 그리고 싶었다"며 "일반 액션 영화처럼 끝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고 여운이 있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데시벨'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