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가압류 피하려 '가짜 채무' 만들어내…2명 불구속 기소
살인사건 유족에 보상 안 하려고 재산 은닉…검찰 추적에 '덜미'
살인사건 가해자의 가족들이 피해자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했다가, 검찰의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2020년 8월 중순 울산 한 노래방에서 50대 남성 A씨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씨가 다른 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당시 수사도 종결됐다.

이후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이 A씨 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상속재산 가압류 등 민사상 피해 보상을 위한 조처를 했는데, A씨 가족에게 채무가 많아 실질적인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피해자 유족들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허위 위자료 등 채무를 부담했다'며 A씨 가족들을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A씨 가족의 채무를 허위로 볼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가족들의 이의 신청으로 사건은 검찰로 넘겨졌다.

울산지검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 보완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A씨 가족이 상속재산 은닉 방법을 논의하다가 A씨 명의 이혼합의서를 위조, 4억9천만원 상당의 허위 채무를 부담한 혐의를 확인했다.

또 추가 수사를 통해 차용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1억5천만원 상당의 허위 채무를 부담한 범행까지 밝혀냈다.

이에 검찰은 A씨 아들 등 가족 2명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지난 10월 31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의 사안이 중대하고 유족들 피해가 보상되지 않는 사정을 고려해 주범인 A씨 아들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A씨 아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강력 사건은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 외에도 손해배상 등 민사적 피해 회복이 필수적이다"라면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강제집행면탈 등 관련 사범을 엄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