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금융사가 있는데요, 바로 해외투자 규모가 큰 보험사입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변동성을 줄인 단기상품으로 헤지를 하고 있는데, 금리와 함께 환율까지 계속해서 오를 경우 헤지비용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장슬기 기자입니다. 1,400원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원달러 환율.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킹달러 쇼크'가 현실화되자,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보험사들, 특히 장기보유 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사의 외환리스크도 높아졌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92조 원. 특히 생보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보유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보유한 해외자산 가치가 높아지지만, 보험사들은 전체 외화자산의 85% 가량을 '일정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환헤지를 통해 환리스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장기상품이 많은 생보사 특성상 장기 외화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환율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통화스와프 등 단기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까지 벌어지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선 환헤지 빈도가 높아지고, 그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겁니다. 실제 지난 2018년 무역분쟁으로 환율이 크게 올랐을 때 생명보험업권의 환헤지 비용은 약 2조 원에 달했습니다.만기 도래가 상대적으로 짧은 손해보험사의 경우에도 올해 환헤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선 약 1,0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환율변동성에 따라 기존 담보가치가 낮아졌다고 보고 증거금을 더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보험사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차호성 예금보험공사 금융산업분석부 선임조사역 : 보험사들이 환헤지를 하는 이유가 외화현금흐름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이나 지급여력제도(K-ICS)상의 요구자본 대응을 위한 측면도 있거든요. 환헤지를 굳이 요구자본 관리를 위해 치중하지 않고 비용을 고려해서 비용편입분석 등을 추가로 반영해서 환헤지 전략을 수립하는 게 좋겠다… ]금융감독원은 아직 국내 보험사의 외환리스크를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진 않지만, 고금리·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미국을 제외한 세계 국가들의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국은 자국 화폐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달러 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천장 뚫은 달러화 가치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6일 0.02% 오른 109.76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만 14% 넘게 올랐다. WSJ는 18일(현지시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달러인덱스가 추산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폭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강세”라고 진단했다.각국 통화 가치는 주저앉았다. 중국 금융당국과 시장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위안화의 ‘포치(破七: 7위안이 깨짐) 라인’은 지난주 무너졌다.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 사정도 비슷하다. 달러와 유로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1유로=1달러)가 무너지며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신흥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올 들어 이집트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8%, 헝가리 포린트화는 20% 폭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 부담도 더 커졌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들의 달러 표시 부채가 830억달러(약 115조66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도 “세계 경제가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더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강달러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가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연속해서 밟으면서 달러 가치가 올랐다. Fed의 긴축 강화가 글로벌 자금을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리게 했다.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경기 전망이 암울하다는 점도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WSJ는 “유럽은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고, 수십 년에 걸친 중국의 부동산 호황도 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美 기준금리 인상폭에 촉각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자국 화폐 가치 방어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달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아르헨티나와 가나는 기준금리를 각각 연 75%, 22%까지 올렸다.Fed가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어서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Fed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할 것이라는 얘기다.일각에서는 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1%포인트 인상 확률은 20%에 육박했다.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달러가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수입 물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외화 유출이 심각해진 스리랑카는 지난 4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세르비아도 지난주 IMF와 회담을 했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WSJ에 “강달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당분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이고 경제 취약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WSJ는 가능성은 낮지만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인위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공동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당시 영국과 일본 프랑스 서독(현 독일)은 달러 가치를 낮추기 위해 자국 화폐 가치를 올렸다.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가 올해 들어 189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이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은 1123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312억달러)보다 14.4%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미 국채 보유 순위가 16위이던 한국은 17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여파란 분석이다. 작년 말 평균 1183원78전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 7월 1307원45전으로 10.4% 올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이 기간 4631억달러에서 4386억달러로 5.3%(245억달러) 줄었다.외환보유액은 8월에도 전월 대비 22억달러 감소했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미 국채 보유 규모가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미 국채 보유 1위인 일본은 1조2343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량은 지난해 말 대비 5.4%(697억달러) 감소했다. 2019년 6월 일본에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지위를 내준 중국은 9700억달러로, 같은 기간 보유액이 987억달러(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 모두 강(强)달러 현상에 따라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미 국채 보유액 9위인 대만은 이 기간 111억달러(4.4%) 줄어든 2399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위 인도는 1989억달러에서 2120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미 국채 보유 규모가 늘어났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