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9% 감소하며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생산과 투자는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호조로 2개월 연속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세계적인 고물가와 통화 긴축, 미국·중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국내 경제 전망도 어두워졌다.

高물가 쇼크…소비, 24년 만에 넉달째 감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9% 줄었다. 소비 감소는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4개월째다. 1월엔 2.0% 감소, 2월엔 0%로 보합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내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6월 소매판매 감소는 승용차 등 내구재(-2.3%),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9%), 음식료 등 비내구재(-0.3%)를 포함해 종류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이른 무더위와 잦은 비 등 날씨 요인, 화물연대 파업이 소비 감소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음식점·주점업, 숙박업 생산이 전월 대비 1.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비 감소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생산·투자는 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4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지만 이후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 전(全)산업 생산 지수는 117.9로 전월보다 0.6% 높아졌다. 제조업이 지난해 12월(3.5%) 이후 최대폭인 1.8% 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완화되면서 반도체(4.2%), 자동차(7.4%) 등의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화물연대 파업, 폭염 여파로 0.3%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4.1%, 건설기성 투자는 2.0% 감소했다. 6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이 하루평균 9820만달러로 4월(8120만달러)에 비해 20% 이상 늘어나는 등 기계류 투자가 6.6% 증가했지만,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는 8.3%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적으론 제조업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경기는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희망보다 우려가 더 컸다. 기재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성장둔화 등 해외발(發)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향후 수출 증가세 제약, 제조업 재고 증가 등이 생산 회복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0.21%포인트와 0.34%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2분기에 미국 경제성장률은 -0.9%였고, 중국은 0.4%에 그쳤다. 소비와 투자 여건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6%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